“줄거리·캐릭터 분석한 ‘독서노트’덕 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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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희양은 "영어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쓰면서 실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영어책 많이 읽고 영어 신문 꼬박꼬박 봐요. 틈나면 그 내용을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생각 하고요.”

최근 제7회 국제영어논술대회(IEEC:International English Essay Test)에서 금상을 받은 서재희(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 3)양이 말하는 영어 잘하는 비결이다.

그동안 서양이 영어로 받은 상을 열거하려면 숨이 찰 정도다. 국제영어대회(IET:International English Test) 전국 대상, 한동 Mock Trial Global(전국 중·고등학생 영어 모의법정대회) 대상, ADI(아시아 고교생 토론대회) 3등, MUNOS ICJ(모의유엔-국제사법재판소) 최고의 변호사상, 경기도 글로벌 인재상(외국어 분야) 등이 그것. SAT 2350점(2400점 만점), PSAT 239점(240점 만점) 기록을 갖고 있는 서양에게 영어 공부법을 들었다.

◇“돌 전부터 영어와 친구 됐어요”=서양의 엄마 김수미(42)씨는 “돌이 되기 전부터 잠들기 전에 한글이나 영어 동화 테이프를 들려줬다”며 “중학생 때도 동화 테이프를 듣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어를 모르면서도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미국의 TV 어린이 인기 프로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연스레 빠져든 것도 그 결과였다. 영어 환경을 오래 접했다고 영어 실력이 저절로 느는 것만은 아니란 게 김씨의 설명. 놀러 갈 때도 책을 챙겨갈 만큼 어려서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둔 게 영어 실력을 키우는 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고 3인 지금도 시험공부 안 하고 소설책을 본다고 친구들이 놀리지만 서양에게 책 읽기는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지난 5월에 AP(미국 대학 과정 선이수 제도) 영문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것도 사실은 책을 많이 읽은 다음 제 것으로 소화했기 때문이거든요. 작품을 분석한 독서 노트를 꾸준히 만들었어요.”

이를테면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 줄거리 정리는 기본이고▶캐릭터 분석 ▶사랑의 의미 ▶부와 권력의 문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등에 관한 자기 생각을 적는 식이다.

서양은 “책 내용으로 충분히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는 판단이 서면 그 책이 내 것이 된다”며 “독서노트는 AP 준비는 물론, 논술·토론·면접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어는 계속해야 늘어요”=영어 실력자인 서양은 영어 경시 대회에 꾸준히 참가한다. 대회에 나가면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만 중요한 건 아니에요. 내가 알고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것을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말을 정확하게 경청해야 진정한 영어 실력자가 되거든요.”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3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한 서양이 요즘도 모의법정 동아리에서 변호사로서 자기 주장을 변론하고, 영어신문 기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영어연극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어 활동을 많이 하면 영어 실력이 부쩍 느는 것 같아요. 목적이 뚜렷하니까 집중이 잘 됩니다. 영어 대회에 나가는 것도 사실 제겐 큰 자극이 돼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영어 공부는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매주 토요일 영어교육 봉사 동아리 ‘에듀잉’ 활동으로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초등생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문법도 가르치면서 영어 공부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은 영어 공부로 얻은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후배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여름방학 동안 하버드 서머스쿨에 다닐 예정인 서양은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을 원서로 읽고, 연구할 계획입니다. 영어 공부에 마침표는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용인=박정현 기자,사진=오상민 기자

■재희가 추천하는 영어책

<초등 고학년>

▣ 터크 에버래스팅 : 나탈리 배비트. 우연히 숲 속 샘물을 마시고 영원한 삶을 얻게 된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뉴베리 수상작. 모든 사람이 감정을 잃고 사는 가상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을 가진 열두 살소년의 이야기.

<중학교>

▣ 생쥐와 인간 : 존 언스트 스타인벡 . 노벨문학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친구의 우정 이야기.

▣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1930년대 인종차별이 남아있던 미국 남부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고교>

▣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어느 과학자의 무모한 열정과 그로 말미암은 파멸을 다룬 이야기.

■이렇게 공부했어요

▣ 영·유아기 : 영어 동요 부르기. 영어 동화 테이프 듣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 시청. 유아용 영어단어와 그림이 있는 미니북 읽기. 영어 숫자·단어·그림 카드 놀이.

▣ 초등학교:영어 학습지와 테이프 공부. 영어교육용 CD 학습.

▣ 중학교:주 1~2회 영어 만화책과 잡지 구독. 방과 후 DVD 시청.

▣ 고등학교: 영어 수업에 충실. 에세이 첨삭. 독서노트 작성. 자투리 시간 단어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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