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일본 위안부배상 '유엔권고'에 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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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정부는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도덕적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책임은 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한국과는 65년의 한일기본조약 체결때 배상문제를 일괄 타결지었으며 대만등 다른 나라와도 비슷한 방법으로 국가간 해결을 보았기 때 문이란 것이다. 지난 5일 일본 정부에 대해 국가차원의 배상을 권고하는 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가 나왔을 때에도 일본 정부는 종래의 입장을조금도 굽히지 않았다.오히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감정적인 문제는 별개로 치 고 정부로서법적으로 반론할 부분이 있다면 반론해야 된다』고 나섰다.
이런 인식에 입각해 일본 정부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약칭 아시아여성기금)이란 미명(美名)의 민간기금을 만들어 국가배상을 대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이같은 공식입장과는 대조적으로 일본국민들중엔 위안부문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말끔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뜻있는 시민.학자들은 7일 시민그룹 「응하라!유엔권고」를 설립해 국가차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1백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인권존중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을 수용하기 보다 궁색한 법해석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졸렬한 것이다.
「아시아여성기금」이란 발상도 그렇다.「아시아여성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과거에 대한 반성의 뜻을 가려버린 이 기금이 국제사회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더군다나 유엔 인권위원회가 1년간에 걸친 검토 끝에 배상을권고하는 결론을 내렸을 때는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법적 문제의 분석까지 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패전후 50년이 지나 경제적 명성에 걸맞은 정치대국,그것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노력하는 일본이라면 유엔 인권위의 권고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는한 그 꿈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임을 일본은 직시해 야 할 것이다.
김국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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