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케 9단 中日 슈퍼대항전 파죽의 4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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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세대교체의 물결이 한.중.일의 바둑계를 휩쓸고 있다.44세 동갑내기인 한국의 조훈현,중국의 녜웨이핑(섭衛平),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들조차 뒷물결에 밀려나고 있다.
바둑나이로 40세는 환갑이다.후진들이 갈수록 강해지는 바람에40대로 접어들면 하늘이 내린 고수들도 서서히 한계에 봉착한다. 그런데 요즘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9단(사진)이 5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국적을 뛰어넘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오타케9단의 활약무대는 제10회 중.일슈퍼대항전.양국에서 7명의 대표가 연승전형식으로 치르는 대회다.
초반전에 중국의 신예 창하오(常昊.20)7단이 일약 영웅으로떠올랐다.그는 일본의 미무라 도모야스(三村智保)7단.모리타 미치히로(森田道博)7단에 이어 한국인으로 이 대회에 첫 출전한 유시훈6단을 꺾어 기염을 토했다.
창하오7단은 계속해서 일본랭킹 1위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과 린하이펑(林海峰)9단마저 격파해 파죽의 5연승.일본은 한물 간(?) 오타케9단 한사람만 남게 되었고 중국은 창하오 말고도 마샤오춘(馬曉春)등 5명의 강자가 버티고 있었다.
오타케가 간단히 허물어졌으면 이 대회는 신세대 창하오7단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그런데 늙은 오타케가 대반격을 개시했다.창하오에 이어 위빈(兪斌)9단. 류샤오광(劉小光)9단.차오다위안(曹大元)9단까지 내리 4명을 불계 로 물리치고처참했던 일본바둑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중국의 남은 선수는 마샤오춘9단과 녜웨이핑9단 두사람.오타케와 마샤오춘의 대결은 3월에나 열릴 예정이지만 일본바둑계는 오타케의 대활약을 비장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오타케는 기타니(木谷)도장출신 프로기사들의 정신적인 우두머리.실 전에서는 자신의 바둑론인 「미학」을 철저히 고수해 왔다.
그 「오야붕」오타케가 허물어져가는 일본바둑에 지금 몸을 던져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9단은 63세에 세계대회 준결승에 올랐고 66세 때인 91년 일본의 왕좌타이틀을 따냈다.
오타케의 활약은 기인(奇人)후지사와9단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일찍 쇠해버리는 한국바둑의 풍토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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