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정만식 전 목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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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정만식(원 내)씨가 충남직업전문학교에서 학생들과 실습하고 있다.

"남은 인생을 해외 오지 봉사활동에 쏟고 싶습니다. 뒤늦게나마 자동차 정비교육을 배우기로 한 것은 그 방편이지요."

환갑을 훌쩍 넘긴 전직 대학 학장이 전문기술 교육 현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초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충남직업전문학교의 카일렉트로닉스과(1년 과정)에 입학한 정만식(鄭萬植.66)씨가 화제의 주인공. 鄭씨는 1957년 사범학교를 나온 뒤 초.중.고교 교사를 거쳐 84년 대전 목원대 경제학과 교수가 됐다. 99년부터는 이 대학 사회과학대 학장까지 지낸 그는 지난해 8월 정년 퇴직했다.

이런 그가 중장년층도 힘에 부칠 자동차 정비 분야를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해외 오지 봉사활동을 위한 것이다. 鄭씨는 90년대 초반부터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몸소 가르쳐왔다.

학기 중 몇 차례씩 학생들과 깡통과 폐지 등을 수집해 마련한 돈을 주변 노인복지단체에 기부했다.

또 지난 10여년 동안 아침 등산길에 버려진 재활용품을 모아 깨끗하게 씻은 뒤 틈날 때마다 요양원을 방문해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노년을 맞아 봉사활동의 폭을 해외 오지로 넓히기로 했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 후진국을 찾아 경제적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겠다는 여생의 목표를 세운 것이다.

"주변의 도움 없이 해외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동차를 손수 고쳐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그 나라에는 낡은 자동차가 많을 텐데 고장난 차를 고쳐주는 것도 봉사활동의 하나죠. 그래서 자동차 관련 교육과정을 택했습니다."

그는 "여러 계층의 젊은이와 함께 수업을 받다 보니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면서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말했다.

鄭씨는 "오지 봉사활동을 위해 자동차 정비만 배워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전기.제어 분야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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