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엄정화, “쿨하게 디스코 ! ” 섹시퀸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가수 엄정화(39·사진)가 2년 만에 섹시하고 즐거운 음악으로 돌아왔다. 미니앨범 ‘디스코’(D.I.S.C.O)를 들고 나왔다. 총 6곡이 담긴 열 번째 앨범이다. 그는 지난 두 장의 앨범 ‘셀프 콘트롤’(Self Control·2004년)과 ‘프레스티지’(Prestige·2006년)에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했다. 하지만 평단의 칭찬만을 위안으로 삼은 채, 대중성은 포기해야 했다. 지금이야 일렉트로니카가 대세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선 시도였다. 대중의 갈채가 그리웠던 것일까. 최근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엄정화는 ‘대중성’이란 세 글자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두 앨범에서 ‘포이즌’ ‘페스티벌’처럼 사람들과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이 없어 아쉬웠어요. 좋아하고 익숙하던 옷을 다시 입은 느낌이에요.”

디스코는 레트로(복고)다. 원더걸스·쥬얼리 등 많은 가수들이 써먹었던 소재다. 하지만 엄정화는 식상할 수 있는 레트로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대중 음악계의 트렌드 정점에 있는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와 손을 잡은 것이다. 뛰어난 보컬리스트도 아닌, 싱어송라이터도 아닌 그가 15년간 스타 가수로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영민함 덕분이다.

“빅뱅의 ‘거짓말’을 듣고서 양현석씨를 떠올렸어요. 선뜻 프로듀싱까지 맡아주겠다고 하더군요.”

YG가 소속 가수가 아닌 가수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앨범에는 YG 소속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타이틀곡 ‘디스코’는 원타임의 테디와 스토니 스컹크의 쿠시가 공동 작곡했다. ‘파티’는 빅뱅의 지 드래곤과 유건형이 공동 작곡했고, ‘흔들어’ ‘셀러브레이션’은 양현석이 작사하고, 페리가 작곡했다.

앨범에서 YG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엄정화는 특유의 요염한 보컬과 이미지 메이킹을 과시하며, 자기 앨범의 안방을 YG에 내주지 않았다. 힙합 물이 많이 빠진 것도 그의 주문대로였다.

엄정화는 “1970년대 디스코가 아닌, 현대적 디스코로 풀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앨범 컨셉트에 맞게 의상도 미래 여전사 스타일의 퓨처리즘을 강조했다. 99년 다섯 번째 앨범에서의 금속성 의상과 사이버적 이미지와 비슷하다.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는 선배 가수 나미의 헤어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엄정화는 ‘눈동자’(1993년)로 데뷔한 이래 줄곧 음악을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이번 앨범에 대해 엄정화만의 카리스마와 도전이 다소 떨어진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중성 또한 가수 엄정화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다.

"지난 두 앨범 활동이 미약해 엄정화라는 가수가 없어진 것 같아 속상했다”는 말은 대중성을 갈구하는 가수 엄정화의 고백으로 들린다.

그의 음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익숙해하는 엄정화표 음악. 이번 앨범이 후자라면, 그가 구상하고 있는 열한 번째 앨범은 전자가 될 것 같다.

"다음 앨범에 대한 큰 그림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 드릴게요.”

빅뱅의 멤버 탑과 함께 출연한 뮤직비디오 ‘디스코’는 벌써부터 화제다.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팝의 여왕 마돈나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함께 한 ‘포 미니츠’(4 minutes)를 떠올리게 한다. 안 그래도 그에게는 늘 ‘한국의 마돈나’라는 수식어가 붙어왔다. 그도 “그런 수식어가 영광인 동시에, 채찍질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