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부리부리 박사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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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아버지 조용석(右)씨가 만들었던 ‘부리부리 박사’를 딸 조윤진씨가 연출을 맡아 30년만에 무대에 올린다.

"부리부리 훌~딱, 부리부리 훌~딱, 나는야 부리부리 부리부리 박사!". 30~40대라면 "아하!"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코 위의 까만 뿔테 안경, "펑!"하는 연막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던 부엉이 박사. 유년의 기억 너머, 아련하게 맴돌던 '부리부리 박사'가 돌아온다.

서울 정동극장은 24일~5월 30일 탈인형극 뮤지컬인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를 공연한다. 1970년대 KBS-TV에서 방영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다. '부리부리 박사'의 방영 시간은 밖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의 귀가 시간이기도 했다.

뒤에 얽힌 얘기가 흥미롭다. 당시 캐릭터를 직접 제작한 이는 조용석(57) PD였다. 그리고 부리부리 박사의 탈을 뒤집어 썼던 연기자는 여영숙(51)씨. 두 사람은 '부리부리 박사'를 만들며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했다. 그리고 딸을 낳았다. 어느새 스물아홉살로 훌쩍 커버린 딸, 조윤진(29)씨가 이번 공연의 연출자다. 직접 부리부리 박사의 탈인형을 쓰고 연기까지 한다. 부모의 작품을 30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올리는 셈이다. 지난 8일 이스라엘에서 인형극 공연 중이던 조윤진씨에게서 e-메일로 얘기를 들었다.

"'부리부리 박사'는 74년부터 5년간 방영됐어요.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엄마는 '부리부리 박사'를 연기했지요. 뭐랄까, 제가 부리부리 박사의 뱃속에 있던 알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당시 어머니 여씨는 '부리부리 박사'로 KBS 연기상까지 수상했다. 이번에 '부리부리 박사'를 준비하며 여씨는 몇번이나 "세상에나, 세상에나…"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쉽게도 '부리부리 박사'의 방송 필름은 한통도 남은 게 없다. 아버지 조용석씨는 "방송 필름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한 고가였다. 당시에는 한번만 찍고 보관할 수가 없었다"며 "닳아서 못쓸 때까지 계속 덧씌워 찍었다"고 말했다. 또 방송 초기에는 국내에 녹화기가 없어 생방송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공연을 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조윤진씨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빅 버드'나 '엘모'등은 부모 세대의 캐릭터인 데도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며 "캐릭터 이미지를 오랫동안 보존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386 세대의 추억을 불러오기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이제 386 세대는 대부분 아이 부모가 됐다.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는 부모와 자녀, 두 세대를 동시에 겨냥한 공연이다. 그래서 극장 앞에선 '추억 만들기'이벤트도 열린다. 요즘 보기 힘든 튀밥 기계가 돌아가고, 쫀디기 등의 '불량식품'도 판매한다. 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라면 봉지에 쌀을 담아가면 즉석에서 갓 튀긴 튀밥으로 바꾸어 준다. 2만5000~3만원,02-751-150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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