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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리즘>캐나다 출신 팝가수 셀린 디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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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오늘밤은 제 생애 최고의 날로 기록될 겁니다.』 지난달 22일 전세계 음반업계 종사자들과 청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칸팔레 드 페스티발 대강당.이날 특별콘서트를 가진 캐나다 출신 팝가수 셀린 디옹(28)은 13년전 바로 이곳에서 역사적인 유럽 데뷔무대를 가졌던 기억을 되새기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공연에 앞서 그녀는 필립 두트 블라지 프랑스 문화부장관으로부터 기사작위에 해당하는 문예훈장을 받았다.오후3시 정각이되자 블라지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고,내외신 기자들이 발디딜 틈없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지만 정작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1백여명의 기자들과 장관은 꼼짝없이 1시간 가량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그러나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프랑스 국민들이디옹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짐작케 하는 현장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린 96국제음반박람회(MIDEM)의 하이라이트로 기록될 이날 콘서트에서 디옹은 특유의 파워와 섬세함을 겸비한 만능 보컬리스트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떻게 저토록 작은 몸집에서 폐부를 찌를 듯한 고음이 터져나오는지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게다가 데뷔 당시보다 훨씬 성숙해진 목소리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호흡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재치있는 말솜씨에다 경쾌한 몸놀림으로 넓은무대가 오히려 좁아보였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정 가죽재킷을 입고 무대에 나타난 디옹은히트곡 『파워 오브 러브』를 비롯,댄스와 발라드를 섞어가면서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다.특히 샹송 가수 리샤르 코샹트.장 자크골드만과의 듀오는 많은 갈채를 받았다.마지막엔 역시 캐나다 출신의 인기정상가수 브라이언 애덤스와 『모두 사랑을 위해(Allfor Love)』를 열창해 객석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디옹은 이제 더 이상 캐나다 출신의 무명가수가 아니었다.그녀는 전세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변신한것이다. 68년 캐나다 퀘벡주 샤를마뉴에서 14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디옹은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2세때 오빠가 작곡한 샹송으로 퀘벡 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프랑스어로 부른 첫 앨범을 발표했다.
***남편만난뒤 상승세 그러나 81년 현재의 남편인 매니저겸프로듀서 르네 앙제릴의 눈에 띄면서부터 디옹의 음악인생은 상승가도를 달리게 된다.
캐나다 에픽 레코드 전속 아티스트가 된 그녀가 두번째 앨범 『익명(Incognito)』을 발표할 때만 해도 말 그대로 한명의 무명가수에 불과했다.
83년 프랑스 RTL방송의 음악감독 모니크 르 마키스의 추천으로 골드만과 함께 MIDEM 쇼케이스에 데뷔한 그녀는 88년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 스위스 대표로 참가,『날 버리고 떠나지말아요(Ne partez pas sans mo is)』로 우승을 차지했다.
89년 소니뮤직과 1천만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금을 받고 전속계약한 그녀는 영어가사로 음반을 내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엔 영어발음이 서툴렀으나 피나는 노력끝에 미국인들도 혀를내두를 정도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됐다.
첫 영어앨범 『유니슨』에 이어 영화 『미녀와 야수』의 주제가를 불러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주제가를 불러 미국 시장을 노크했다.94년 두번째 영어 앨범 『컬러 오브 마이 러브』는 미국에서만도 4백만장이 팔려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캐나다(1백40만장).영국(1백60만장).일본(14만장)등 전세계에서 1천만장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것도 병행했다.91년 뤼크 플라몽동과의 공동작업으로 프랑스어앨범 『소리나는 말들(Des mots qui sonnent)』을 발표했다.또 94년 9월 파리 올랭피아 공연실황이 프랑스에서 라이브 앨범으로 출 시됐다.
***영국서도 골드앨범 디옹에게 문예훈장을 안겨준 결정적 음반은 지난해 발매된 프랑스어 앨범 『그들의(D'eux)』.94년 디옹의 목소리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휘트니 휴스턴에 못지않은 가능성을 발견한 골드만은 디옹을 위해 앨범 전체를 작곡.
제작해줄 것을 제의했다.
악보를 받아 든 디옹은 올랭피아 공연이 끝난 직후 스튜디오로달려가 1주일만에 녹음을 마쳤다.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싱어 송 라이터인 골드만이 한 가수를 위해 앨범 전체를 작곡.제작한 것은 88년 자니 알러데이 이후이번이 처음 있는 일.
지난해 10월 발매된 이 앨범은 지금도 프랑스에서 인기차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앨범은 전세계에서 4백50만장이 팔려나갔고 프랑스(3백만장)뿐만 아니라 캐나다(50만장).영국(30만장).미국(5만7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이로써 디옹은 영국에서 골드앨범을 기록한 최초의 프랑스어권 아티스트가 됐다 .프랑스인들이 캐나다 출신인 디옹에 대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프랑스의 상징 샹송을 전세계에 알린 공로 때문이다.
칸(프랑스)=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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