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슬플 때 좌절할 때책이 나를 일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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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디지털시대에 낙후된 학교 시스템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을 제대로 살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오히려 12년이란 긴 세월 동안 닫힌 공간에서 인간성 상실과 사회성, 창의성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앞서 간 현인과 선각자들의 말씀, 삼라만상의 이치, 시행착오의 반복인 역사가 가득하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기쁨·슬픔·분노·사랑·좌절이 이미 책 속에 다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책을 통해 쉽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세상을 제대로 살아 가는 데 책만큼 좋은 선생은 없다.

책은 언제나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었다. 사랑하는 딸의 지병이 위중해져 사는 게 우스워졌을 때 책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다(다니구치 마사하루의 『생명의 실상(1,2)』). 인터넷사업이란 생소한 길을 앞서 걸어야 했을 때, 수메르문명같이 명멸해 간 문명사 속의 시행착오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열어주었다.

다양한 직원들을 이해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열정을 불사른 때는 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도움이 되었다(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안도현의 따뜻한 시와 구효서의 글들).

자리가 잡히고 교만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을 때,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란 가르침을 책은 내게 늦지 않게 깨닫게 했다(에마뉘엘 수녀의『풍요로운 가난』과 양병무의 『감자탕 교회』). 디지털 CEO로서 글로벌 사회를 조망하는 지혜도 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제제미 리프킨의 『수소혁명』).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과연 어떠했을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분명 책 속엔 모든 길이 있다. 죽은 지식만을 강요 받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소양을 키우는 데는 책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돌아다니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살아 남는 수단으로는 책 읽기가 최고다. 정보화 사회의 경쟁력도 여전히 다양한 독서에서 나온다.

염진섭 (주)디젠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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