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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니 '다이애나'인가 '마리 앙투아네트'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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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영국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연설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브루니가 미소 짓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나는 조국을 부인할 거예요. 친구도 부인할 거예요. 그대가 요구한다면….”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작사한 ‘사랑의 찬가’(1949년)에 나오는 대목이다. 조국을 배신하라고 선동하는 건 아니지만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찬가’를 영어로 번안한 ‘그대 나를 사랑한다면(If You Love Me)’(1954년)에서는 원래 가사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국과 우정까지 부인할 수 있다’는 대목은 삭제됐다. ‘사랑의 찬가’는 애정 문제에 대한 프랑스인의 ‘톨레랑스(관용)’를 예시한다. 엘리제궁을 둘러싼 ‘사랑의 정치학’을 이해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11일 3집 앨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을 발표한다. 모델 출신인 브루니는 작곡가·가수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2년 발표한 데뷔 앨범 ‘누군가 내게 말했지’는 200만 장 이상 팔렸다. 지난해 발표돼 38만 장이 팔린 2집 ‘약속은 없어’에 수록된 곡들은 WB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도로시 파커 등 시인들이 지은 시를 노랫말로 사용해 주목을 끌었다. 3집에 대해 우파 신문인 르피가로와 좌파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브루니의 음악성을 극찬하는 음악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3집에 수록된 노래 중 한 곡에서는 “내 나이 40, 애인 30명을 사랑했지만 난 아직 어린애”라는 가사가 나온다. 브루니의 별명 중엔 ‘남자 잡아먹는 여자(mangeuse d’hommes)’라는 게 있다. 브루니는 2월 2일 엘리제궁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케빈 코스트너, 도널드 트럼프 등 숱한 명사들과 염문을 뿌렸다.

브루니를 ‘식남녀(食男女)’로 부르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다. 브루니는 작가인 장 폴 앙토방과 동거하던 중 그의 아들인 철학자 라파엘 앙토방과 애인 사이가 됐다. 둘 사이에서 아들 오렐리앙이 태어났다. 라파엘과 부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좌파 사상가)의 딸인 쥐스틴 레비의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끝났다. 쥐스틴은 이 사건을 폭로한 『하나도 심각하지 않아(Rien de grave)』라는 소설을 썼다.

정치가 아닌 것 중 사랑만큼 정치적인 것도 없다. 그렇다면 사랑과 정치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브루니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2의 다이애나(61~97년·전 영국 왕세자비)라는 찬사가 들리는가 하면, 제2의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년·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라는 푸념도 들린다.

프랑스 안팎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브루니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많이 희석됐다. 띠 동갑 남편인 사르코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들뜬 분위기였던 사르코지가 재혼 후 진중해졌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3월 사르코지 부부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새로운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지난달 23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언론의 관심은 온통 브루니에게 쏠렸다. 이스라엘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재클린 케네디 이후 가장 아름다운 퍼스트레이디”라고 극찬했다. 이번 주 홋카이도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브루니가 불참하기로 해 일본인들의 실망이 크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사르코지는 ‘브루니 효과’에 울고 웃고 있다. 모델과 대통령의 사랑 이야기는 집권 초반 60%대였던 사르코지의 지지도를 급락시켰다. 지난해 12월 20일 사르코지는 브루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교황 알현 시 18분이나 지각하는 결례를 범했다. 국민이 보기에 사랑에 빠진 대통령은 국정을 소홀히 하는 대통령이었다.

사르코지는 지금 웃고 있다. 지지도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게 브루니와 관계 있다고 국내외 언론이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紙)는 2일 브루니의 3집 앨범 발표가 사르코지의 인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일 일간 르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사르코지에 대한 지지도는 아직 36%다. 브루니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68%로 나타났다.

브루니는 제2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될 수도 있다. 유력 주간지인 마리안은 최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퍼스트레이디는 몸치장하느라 바쁘고 대통령은 얼빠진 듯 틈만 나면 부인 자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집 앨범 출시를 전후해 프랑스는 한동안 떠들썩할 것 같다. 1일부터 유럽연합(EU)의 6개월 순회 의장직을 맡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11일로 예정된 아일랜드 방문을 연기했다. 브루니의 3집 출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3집에 수록된 노래 가사 때문에 외교적 파장도 일고 있다. ‘당신은 나의 마약’이라는 노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신은 나의 마약, 콜롬비아의 코카인보다도 더 위험한 마약.” 노래 가사에 대해 페르난도 아라우호 콜롬비아 외무장관이 유감을 표시했다.

‘톨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이지만 브루니의 이탈리아 국적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8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축구팀이 유로2008에서 맞붙었을 때 브루니는 이탈리아를 응원했다. 브루니는 사랑을 위해 국적을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조국을 부인할 거예요. 친구도 부인할 거예요. 그대가 요구한다면….”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작사한 ‘사랑의 찬가’(1949년)에 나오는 대목이다. 조국을 배신하라고 선동하는 건 아니지만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찬가’를 영어로 번안한 ‘그대 나를 사랑한다면(If You Love Me)’(1954년)에서는 원래 가사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국과 우정까지 부인할 수 있다’는 대목은 삭제됐다. ‘사랑의 찬가’는 애정 문제에 대한 프랑스인의 ‘톨레랑스(관용)’를 예시한다. 엘리제궁을 둘러싼 ‘사랑의 정치학’을 이해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11일 3집 앨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을 발표한다. 모델 출신인 브루니는 작곡가·가수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2년 발표한 데뷔 앨범 ‘누군가 내게 말했지’는 200만 장 이상 팔렸다. 지난해 발표돼 38만 장이 팔린 2집 ‘약속은 없어’에 수록된 곡들은 WB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도로시 파커 등 시인들이 지은 시를 노랫말로 사용해 주목을 끌었다. 3집에 대해 우파 신문인 르피가로와 좌파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브루니의 음악성을 극찬하는 음악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3집에 수록된 노래 중 한 곡에서는 “내 나이 40, 애인 30명을 사랑했지만 난 아직 어린애”라는 가사가 나온다. 브루니의 별명 중엔 ‘남자 잡아먹는 여자(mangeuse d’hommes)’라는 게 있다. 브루니는 2월 2일 엘리제궁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케빈 코스트너, 도널드 트럼프 등 숱한 명사들과 염문을 뿌렸다.

브루니를 ‘식남녀(食男女)’로 부르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다. 브루니는 작가인 장 폴 앙토방과 동거하던 중 그의 아들인 철학자 라파엘 앙토방과 애인 사이가 됐다. 둘 사이에서 아들 오렐리앙이 태어났다. 라파엘과 부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좌파 사상가)의 딸인 쥐스틴 레비의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끝났다. 쥐스틴은 이 사건을 폭로한 『하나도 심각하지 않아(Rien de grave)』라는 소설을 썼다.

정치가 아닌 것 중 사랑만큼 정치적인 것도 없다. 그렇다면 사랑과 정치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브루니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2의 다이애나(61~97년·전 영국 왕세자비)라는 찬사가 들리는가 하면, 제2의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년·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라는 푸념도 들린다.

프랑스 안팎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브루니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많이 희석됐다. 띠 동갑 남편인 사르코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들뜬 분위기였던 사르코지가 재혼 후 진중해졌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3월 사르코지 부부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새로운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지난달 23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언론의 관심은 온통 브루니에게 쏠렸다. 이스라엘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재클린 케네디 이후 가장 아름다운 퍼스트레이디”라고 극찬했다. 이번 주 홋카이도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브루니가 불참하기로 해 일본인들의 실망이 크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사르코지는 ‘브루니 효과’에 울고 웃고 있다. 모델과 대통령의 사랑 이야기는 집권 초반 60%대였던 사르코지의 지지도를 급락시켰다. 지난해 12월 20일 사르코지는 브루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교황 알현 시 18분이나 지각하는 결례를 범했다. 국민이 보기에 사랑에 빠진 대통령은 국정을 소홀히 하는 대통령이었다.

사르코지는 지금 웃고 있다. 지지도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게 브루니와 관계 있다고 국내외 언론이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紙)는 2일 브루니의 3집 앨범 발표가 사르코지의 인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일 일간 르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사르코지에 대한 지지도는 아직 36%다. 브루니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68%로 나타났다.

브루니는 제2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될 수도 있다. 유력 주간지인 마리안은 최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퍼스트레이디는 몸치장하느라 바쁘고 대통령은 얼빠진 듯 틈만 나면 부인 자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집 앨범 출시를 전후해 프랑스는 한동안 떠들썩할 것 같다. 1일부터 유럽연합(EU)의 6개월 순회 의장직을 맡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11일로 예정된 아일랜드 방문을 연기했다. 브루니의 3집 출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3집에 수록된 노래 가사 때문에 외교적 파장도 일고 있다. ‘당신은 나의 마약’이라는 노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신은 나의 마약, 콜롬비아의 코카인보다도 더 위험한 마약.” 노래 가사에 대해 페르난도 아라우호 콜롬비아 외무장관이 유감을 표시했다.

‘톨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이지만 브루니의 이탈리아 국적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8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축구팀이 유로2008에서 맞붙었을 때 브루니는 이탈리아를 응원했다. 브루니는 사랑을 위해 국적을 바꿀 수 있을까.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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