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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아시아가 살 길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호 31면

이데이 노부유키(70) 전 소니 회장이 컨설팅회사 퀀텀리프를 2년 전 설립했다. 기업 혁신에 대한 자문이 주된 설립 목적이다. 그는 10년간(1995~2005년) 일본의 상징인 소니를 이끌었다. 그의 재임 중에 이틀 새 주가가 27%나 추락한 이른바 ‘소니쇼크(2003년 4월)’가 발생했다. 그는 잘나가던 소니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데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혁신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뜻으로도 해석된다. 자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일 수도 있다. 일본인들에게 소니는 일본 경제의 전성기(80년대)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이데이 자신도 일본인들에게는 팝스타와 같은 존재다.

일본은 전통적인 논리와 관행이 화석화돼 있는 곳이다. 애플을 부활시킨 스티브 잡스처럼 밤새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 앞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는 인물이 부족하다. 세상 구석구석이 무질서하다시피 혁신을 추구하는 동안 일본은 질서를 강조하는 하향식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애플이나 야후 같은 기업이 탄생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데이 전 회장은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이번 주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시아 지역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이 토론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아시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는 세계 수출품의 생산기지였지만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원유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수준에 이르면 아시아 경제는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유가로 수출품 수송 비용이 급증하면 글로벌 기업이 생산기지를 미국 등 선진시장과 가까운 쪽으로 이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전통적인 경제부문이 고유가에 따른 고비용 구조 때문에 휘청하는 상황을 맞아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데이 전 회장은 “아시아가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해) 힘을 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그는 일본 내에서 연공서열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저하게 능력 기준으로 보수 등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업종 내 기업을 통합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그는 경쟁력을 높이고 고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어렵지 않게 설립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판 실리콘밸리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소니가 쇠퇴하는 데 책임이 있고 나이가 많은 이데이 전 회장 같은 인물이 그런 주장을 하며 앞장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뭇 역설적일 수는 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등 아시아를 미래로 나가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당사자가 어떤 인물이든 에너지를 투입해 실천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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