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턱밑까지 … 두바이유마저 140달러 돌파 최고치 경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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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국내 도입 유가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사상 처음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정부가 고유가 비상대책(Contingency Plan) 발동의 기준으로 정한 배럴당 150달러까지 이제 10달러도 채 남지 않았다.

정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으면 ‘3차 오일쇼크’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공공기관에서 강제 차량 2부제(홀짝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홀짝제를 하면 공공기관 소속 차량은 물론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민간 차량도 같은 제한을 받는다. 정부는 또 두바이유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고, 석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2차 비상대책을 발동할 예정이다. 유류세 인하와 민간 부문의 승용차 부제 운행, 에너지 사용 제한 등도 검토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3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58달러 오른 배럴당 140.3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도 1.72달러 올라 배럴당 145.29달러가 됐다. 영국 런던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46.08달러로 마감됐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중국 최대 정유사인 페트로차이나의 올해 석유류 수입이 기록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시티퓨처스 퍼스펙티브의 애널리스트인 팀 에번스는 “5월 쓰촨(四川)성 지진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이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중국의 석유 소비가 계속 늘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다는 소식과 이란-이스라엘의 갈등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매우 빨리 배럴당 2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유가가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가 계속 치솟자 올해 안에 배럴당 200달러가 넘을 것이란 쪽에 돈을 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2월 인도분 WTI의 배럴당 200달러 콜옵션 미결제 약정이 한 달 새 87.5%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콜옵션은 해당 상품을 미리 정해진 일시·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이 경우 연말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가 넘으면 이익을 본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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