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신천·방이동 여관촌 업무용 빌딩단지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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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 2호선 신천역 근처에 가기가 겁난다. 낯 뜨거운 사진이 담긴 불법 광고 전단지가 여기저기 나붙고,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와 러브호텔이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건너편의 방이동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50여 곳의 러브호텔이 몰려 있는 유흥가 바로 앞에는 방이중학교가 있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송파구의 대표적 유흥가인 신천동과 방이동 지역에서 러브호텔과 유흥업소가 점차 사라지고 업무용 빌딩 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올림픽로 제1종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통과시켰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천동·방이동·잠실동 일대 112만1878㎡에서는 숙박·유흥업소의 신설이 일절 금지된다. 기존에 있던 숙박·유흥업소에는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파격적으로 완화해 대형 빌딩으로 재건축하도록 유도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여관촌 형성=신천동·방이동 러브호텔촌은 20년 전 88서울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로선 올림픽을 위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과 가까운 신천동 지역, 올림픽공원 앞 방이동 지역에선 여관 건립 허가를 쉽게 내줬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여관은 그대로 남았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러브호텔로 바뀌고, 일부는 불법 퇴폐영업을 일삼기도 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신천동·방이동 유흥가 정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번에 송파구가 마련한 정비계획이 서울시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 지역을 업무용 오피스와 문화시설 위주의 고급 상업지역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적률·층수 제한 파격적 완화=앞으로 신천동·방이동 지역에선 관광호텔을 제외한 숙박업소나 룸살롱·무도장·카바레·나이트클럽 같은 위락시설이 새로 들어서지 못한다.

또 기존의 숙박·유흥업소가 업종을 바꿔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과 층수에서 최대한 혜택을 준다. 현재 이 지역의 평균 용적률은 350~400%지만 800%까지 허용한다. 건물의 높이는 현재 평균 6층이지만 대지 면적을 1500㎡ 이상 확보하면 30층 이상(100~120m)도 지을 수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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