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랩과 "죽자 팬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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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랩(rap)은 경쾌하고 리듬있게 두드린다는 뜻이다.70년대말뉴욕 사우스 브롱크스의 흑인빈민가가 그 발상지다.가난한 흑인아이들에게 당시의 록(rock)은 돈드는 할리우드 음악이었다.랩은 악기가 필요없었다.공원이나 길모퉁이에서 막대 기로 콘크리트바닥이나 쓰레기통을 두들기는 것으로 족했다.
랩이 라디오 전파를 탄 것은 82년 「플레시와 성난 다섯」의취입곡 『메시지』가 처음이다.「나를 떠밀지 마/벼랑끝에 다가 있어/정신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이야/젠장…」이런 가사다.비록 막되먹은 곳에 살지만 우리 자신은 막되먹지 않았 다는 절규가 그 메시지였다.백인아이들이 TV앞에 매달리는 사이 흑인아이들은그들의 음악인 랩에 더욱 빨려들었다.
랩의 특성은 단순성이다.장소나 악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몸짓언어와 곡조,흥얼거리는 말투가 공격적이다.듣는 이에게 한계상황의식과 분노를 충동질한다.노예시절이래 음악은 흑인들 문화운동의 핵심이었다.음악은 이들의 걸음걸이.말씨.옷차림.사 고방식까지 지배한다.
이 랩이 전파를 타고 「보편적 문화세력」으로 지구촌 젊은이들을 파고들고 있다.「문화적 피뢰침」으로도 불린다.문화적 차이에상관없이 한번 스치면 정전기가 몸속을 떠나지 않는다.억눌린 감정과 반항하는 젊음의 발산욕구와도 맞아 떨어진다 .
랩 가운데 특히 문제는 「갱무리 랩」(gangster rap)이다.의문의 자살,또 무기소지 내지 살해혐의로 도중하차하는 랩 스타들이 속출한다.「가장 나쁜 형태의 예술」 「사회공적(公敵)」이란 지탄속에 미국의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흑인 국회의원들이 선도대책에 나서는 판이다.
우리 랩의 국적(國籍)없는 광란은 마침내 「죽자 팬 클럽」같은 해괴한 무리를 등장시켰다.괴상한 율동과 소녀 팬들의 기성(奇聲)이 전국네트워크 TV방송의 전파를 타는 일은 본고장 미국에도 없는 일이다.
랩의 소음(noise)은 예술의 한 형태로 참고 들어줄 만하다.문화와 사회적 배경이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머리속 소음」이문제다.나라전체가 정치판이 되면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역사 바로세우기보다 젊은이 ■서(情緖)바로세 우기가 나라 장래에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기성세대 모두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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