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현장] 동남아 정치인 3명이 본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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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정치인의 눈에 한국 정치는 놀라움이면서 이상함이었다. 그들은 선거 개혁의 속도에 놀랐고, 쉽게 만들고 쉽게 허물어지는 정당들을 이상해 했다.

17대 총선을 관찰하기 위해 지난 5일 입국한 말레이시아 테레사 콕(40.여)의원과 사이예드 아흐마드(42)전 의원, 필리핀 '8개 정당연합'인 아시아자유민주협의회 사무총장인 존 코로넬(41). 9일 이들이 한국정당학회(학회장 김용호)교수들과 토론하고 있는 서울 하얏트 호텔 비즈니스룸을 찾아갔다.

야당 소속인 아흐마드 전 의원은 "선관위의 판단과 결정을 후보들이 군말 없이 승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관위가 어떻게 그런 권위를 확보했는지 놀랍다"고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선관위는 정권의 조종을 받는다"고 했다.

후보자들이 자기가 쓰는 선거자금을 하루 단위로 점검해 공개하는 것은 그들에게 놀라운 일이었다. 아흐마드와 같은 당 소속인 콕 의원은 "말레이시아의 최근 선거는 그전 선거와 비교해 선거비용이 네배나 증가했는데 한국에선 오히려 줄었다고 들었다"며 "그 방법이 뭐냐"고 궁금해 했다.

필리핀의 코로넬 사무총장은 대통령 측근과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고 부패한 정치자금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된 것을 정치 개혁의 사례로 들었다. 그는 "최근 한국 정치 개혁의 스케일과 속도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기준으로 봤을 때 경이로운 발전"이라고 말했다. 코로넬은 또 "필리핀 정치는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연예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이 되는 등 자질 없는 사람들이 국회를 채우면서 질이 떨어졌다"고 했다.

한국정당학회 김용호(인하대 교수)회장은 "이번 총선은 법과 제도.행태의 측면에서 우리도 놀랄 만큼 큰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의 이해할 수 없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아흐마드는 "정당을 쉽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신생 정당이 손쉽게 거대 정당이 되는 일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드문 현상"이라며 "이것이 한국의 정치문화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의 한결같은 의문은 돈 선거를 우려해 장외.집단유세 금지 등 선거운동에 각종 규제가 작동하는 점이다.

코로넬은 "돈 선거 때문에 장외유세를 규제하는 것은 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리는 것과 같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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