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 보석’ 정제, 윔블던서 광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윔블던 테니스 대회 ‘파란의 주인공’ 정제(24·중국·세계 133위·사진)가 준결승에 오른 2일(한국시간)에도 그의 고향인 중국 쓰촨성에서는 5월 대지진의 사망자 집계가 진행 중이었다. 대재난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는 이날 승리를 피해자들에게 바쳤다.

정제는 이날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8강전에서 니콜 바이디소바(체코·22위)를 2-1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중국 선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이며 아시아선수로는 1996년 다테 기미코(일본) 이후 12년 만이다. 3회전에서 세계 1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를 꺾었던 그는 3일 세리나 윌리엄스(미국·6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승리는 정제가 던진 감동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경기 후 “준결승 진출로 확보한 상금(18만7500파운드·약 4억원)을 지진피해 성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쓰촨성 청두 출신인 그는 “중국에 돌아가면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다. 폐허가 된 곳에 가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상금을 전부 내놓고 싶지만 중국 테니스협회에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5월 프랑스오픈 때도 상금(3만9400유로·약 6500만원)을 지진피해 성금으로 쾌척했다.

희망의 메신저가 된 정제는 중국에서 야오밍·류샹의 뒤를 잇는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 현지언론은 ‘기적을 재현했다’ ‘쓰촨의 딸이 역사를 새로 썼다’ ‘청두의 힘이 폭발했다’ ‘쓰촨의 보석, 정제’라고 대서특필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30여 일 앞둔 상태에서 전해진 낭보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정제도 “중국에서 올림픽은 매우 중요하고 모두가 금메달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복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 테니스 여자복식에서 리팅-순티안티안조가 금메달을 땄으며, 정제도 옌지(중국)와 짝을 이뤄 2006년 윔블던 여자복식 정상에 섰다.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