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삐삐소음과 과태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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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농담이 아니다.코앞에 닥친 21세기에 현실로 나타날 일이다.1인 1전화 시대다.사람이 출생하면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전화번호 가 주어진다.궁극적으로 사람과 전화가 한몸이 되는 것이 개인휴대통신(PCS)의 개념이다.
PCS를 처음 제창한 사람은 88년 영국 브리티시 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레이먼드 스틸박사였다.그의 구상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PCS는 기존 이동전화와 다르다.각(各)셀(cell)의 기지국(基地局 )이 관할하는 영역을 지름 5백이내로 대폭 축소함으로써 통화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기지국과의 거리가 짧아 전화기 크기가 작아지고,출력이 낮아도 되기 때문에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
하지만 PCS에도 한계가 있다.사막.산간오지 등 지형 장애에약하다.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가 미국 모토로라가 추진중인 이리듐계획이다.「꿈의 이동전화」로 불리는 이 계획은 66개 통신위성을 지상 7백80㎞에 띄워 지구촌 어디서라도 전화통화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동전화와 함께 정보사회의 총아로 등장한 무선호출기(삐삐)의발전도 눈부시다.가입자를 호출하는 종래의 단순기능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전달 수단으로 탈바꿈했다.증권.환율 등 금융정보와 생일 등 기념일,그리고 일기예보를 알려준다.음성및 데이터 사서함과 팩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은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 붐을 이루고 있다.지난해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약1백80만명,무선호출기 가입자는 9백20만명에 달한다.그러나 정작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아직 낮다.음악회.연극공연.교회예배.재판 도중 난데없이 울리는 이동전화.호출기의 벨소리로 분위기를 깨는 일이 예사다.
서울 지방법원은 25일부터 이동전화.호출기 벨소리로 재판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20일이하 감치(監置)나 과태료 1백만원을 물리기로 했다.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법원들로 확산될 것같다.
법원으로서 오죽하면 이같은 규정까지 만들었을까 하 는 생각이다.이동전화.호출기 사용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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