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학과 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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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약성경의 마태복음에 『1등은 꼴찌가 될 것이며 꼴찌가 1등이 되리라』는 구절이 있다.하늘나라 「입학」에 수석과 꼴찌가 따로 없고,지혜나 부(富)가 그 기준이 될 수도 없다는 얘기로들린다. 미국(美國)대학의 입학에 「수석합격」이란 것은 없다.
엄밀히 말해 「수석」이 있을 수 없다.단 한번의 전국 테스트로모든 지망생들의 순위가 매겨지지 않기 때문이다.수능(修能)시험에 해당하는 SAT는 한 해 몇차례씩 있고 매번 출제를 달리한다.근년들어 만점자도 속출한다.과목별 성취(成就)테스트도 점수가 아닌 등급이다.5점 만점에 3점 이상이면 합격이다.1만여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은 기준이 같을 수 없다.학교에 따라,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배우는 수준이 다르고 유수 대학 지망생들의 대부분은 학점 평균이 4.0(전과목 A)이상이다.
성적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특기와 자질.사회성,그리고 대학측필요 등이 합격여부를 가름한다.복수지원은 학생들의 선택권리다.
5~6개 대학 복수지원은 보통이고 합격하고도 입학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합격자 등록률은 하버드가 70% 선이고 여타 명문들도 절반 안팎이다.대학들도 이에 대비해 합격자수를 정원보다 넉넉히 잡고 상당수를 「웨이팅 리스트(대기합격자)」로 통보한다. 대학에 「수석졸업」이란 것도 없다.학과별 특성이 다르고,창의와 탐구력이 생명인 대학에서 수학시험 답안지 같은 순위매김은 무모하다.미국 사립명문에서 졸업때 라틴어로 「쿰 라우드(cum laude)」「마그나(magna)쿰 라우드」「숨 마(summa)쿰 라우드」의 3단계 영예가 있다.이력서에 곧잘 따라다닌다.보통 「쿰 라우드」는 학점 평균이 4점 만점에 3.5이상,「마그나」는 3.7이상,「숨마」는 3.9이상이다.이 「숨마」는 영예의 최고등급이지 「수석」은 아니다.
수석이란 하나의 잣대로 일렬순위를 매기는 단색(單色)위계적 사고(思考)의 연장이다.정례적 학사(學事)인 대입고사가 전국 뉴스의 머리를 차지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교육에 대한 전국민적관심 때문이라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내놓을만한 학 자 하나 없는우리 교육과열의 현주소다.
수석합격자 붙들기에 안간힘을 쏟는 일부 사립대학들의 병든 자존(自尊)이 도리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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