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7·4 독립기념일 앞두고 애국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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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독립기념일(4일)을 앞두고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 간에 애국심 공방전이 벌어졌다.

오바마는 ‘애국심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만회하기 위해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자신이 ‘애국자’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에 돌입했다. 또 베트남전 포로 출신임을 내세워 애국심에 관한 한 최고의 후보임을 강조해온 매케인도 지난달 29일 오바마 진영으로부터 “참전과 포로 경력이 대통령 자격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는 공격을 받자 발끈하며 다시 자신의 애국심 부각에 나섰다.

오바마는 30일 미주리주의 인디펜던스시에서 유세를 벌였다. 독립기념일 주간이 시작되는 첫날에 ‘독립’이란 뜻을 지닌 도시를 찾은 것이다. 그는 “내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는 조국에 대한 깊고도 지속적인 사랑 때문”이라며 “지난 16개월 동안 나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점수를 따려는 사람들 때문에 내 애국심이 처음으로 도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다른 사람들의 애국심을 문제 삼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애국심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성조기가 새겨진 핀을 상의 칼라에 달지 않는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 ▶국가가 연주될 때 손을 가슴에 대지 않는다는 등의 각종 악성 루머에 시달리면서 “애국심이 없거나 미국에 대한 정체성이 흐릿한 후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의 부인 미셸이 민주당 경선 도중 남편이 힐러리를 앞서자 “내가 어른이 된 이래 처음으로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해 ‘오바마=애국심이 의심되는 인물’이란 구설에 일조했다.

매케인 측은 29일 오바마의 국방고문인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이 방송 토크쇼에서 “베트남전에 조종사로 출격했다가 격추됐다는 사실이 대통령 자격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발끈했다. 매케인은 30일 “그런 식의 선거운동이 오바마와 지지자들이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존 워너(버지니아) 등 공화당 상원의원 5명과 2004년 당시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의 군 경력을 비판하는 공화당 TV광고에 출연했던 퇴역 장교들은 이날 상원에서 “클라크의 발언은 품위 없고 모욕적이며 미국의 정치담론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매케인 진영은 또 매케인의 군 경력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는 조직 ‘진실부대(truth squad)’도 출범시켰다. 그러자 오바마는 “매케인은 나라를 위해 육체적 고통을 이겨냈으며 그 누구도 정치적 이해를 위해 매케인의 군 경력을 폄하해선 안 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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