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대중문화현장>런던-브로드웨이 제치고 뮤지컬1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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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런던은 공연예술의 메카다.연극.무용,그리고 비틀스를 탄생시킨대중음악등 주옥같은 공연들이 매일 런던의 밤무대를 수놓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 뮤지컬이다.영국뮤지컬은 유쾌하되 저속하지 않고,진지하되 지루하지 않다.
런던 뮤지컬은 80년대 이후 바야흐로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캐츠』『에비타』『오페라의 유령』『미스 사이공』등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대작들이 모두 런던에서 초연됐다.
과거 뮤지컬의 대명사로 통하던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도 이제 영국에서 수출한 작품들이 휩쓸고 있을 정도다.
영국 뮤지컬이 르네상스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 서양뮤지컬의 기원은 1728년 공연된 『걸인들의 오페라』.거지.도둑.창녀등 밑바닥 인생들의 애환을 다룬 이 작품은 뮤지컬 코미디 형식을 띠었으며 일반인들의 선풍적 인기를 모아 뮤지컬이 대중예술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화려한 율동.의상,그리고 특유의 낭만적인 노래가 뮤지컬에 도입된 데는 미국의 공이 지대하다.
19세기말부터 개화되기 시작한 미국의 뮤지컬은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50년대에 만개한다.
경쾌한 음악과 춤,그리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가벼운 터치의 뮤지컬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공연예술이었던 것이다.50년대에 『아가씨와 건달들』『마이페어 레이디』『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같은 뮤 지컬의 고전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쏟아져 나오게 된 것도 이같은 시대적.문화적 배경탓이다.
그러나 이후 80년대초까지 뮤지컬의 본거지로 군림하던 브로드웨이 시대도 80년대 들어 혜성처럼 나타난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영국 천재의 등장으로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처녀작으로 런던에 데뷔한 웨버는 『캐츠』『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오페라의 유령』,그리고 최근작인 『미스 사이공』『선셋대로』로 이어지는 대작을 잇따라 발표해 공전의 흥행성공을 기록했다.웨버의 등장으로 뮤지컬의 본거지가 브로드웨이에서 런던의 극장가 「웨스트엔드」로 넘어가게된것이다. 물론 영국 뮤지컬의 성공을 단순히 웨버라는 천재 때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과거 순수예술만을 고집하던 예술가들의 상당수가 점차 대중예술에도 참여하기 시작한 덕택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순수예술과 대중예술간의 벽이 허물어지면 서 정통교육으로 기량을 닦은 실력있는 신세대 예술가들이 거리낌없이뮤지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의 뮤지컬은 어떻게,어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 런던에 도착,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극장에 전화를 걸면 『6개월치 예약이 밀려있다』는 대답을 듣기 십상이다.실제로주말 좌석을 정식으로 예약하려면 6개월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실망은 금물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그주,심지어 당일표까지 즉석에서 판매하는 「박스오피스」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이들 박스오피스는 여행객들이 몰리는 나이트브리지.코벤트가든등에도 있지만 뮤지컬 극장들이밀집해 있는 레이스터스퀘어 주변에 가장 많다.
표값은 좌석등급에 따라 보통 10~30파운드(1만2천~3만6천원)사이.제일 싼 표는 좌석이 너무 뒤쪽이거나 구석이어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키 어려우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런던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은 대략 5~6편. 『레 미제라블』(팰리스극장,434-0909)을 빼고는▶『캐츠』(뉴런던,405-0072)▶『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아폴로빅토리아,416-6054)▶『오페라의 유령』(허메저스티스,494-5400)▶『미스 사이공』(드루리레인,494-5 000)▶『선셋대로』(아델피,344-0055)모두 웨버의 작품이다.
『레 미제라블』은 장중한 스케일로,『캐츠』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기발한 착상에다 화려한 의상,현란한 춤으로 유명하다.『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는 등장인물들이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신나게 무대위를 누비는 장면이 압권.『오페라의 유령』은 흉칙한 용모 때문에 극장 지하에서 숨어살아야 하는 한 인간의 슬픈 이야기로 요즘 가장 표를 구하기 어렵다.
『미스 사이공』은 패망 직전의 사이공을 무대로 베트남 창녀와미국 병사간의 사랑을 그린 순애보며,『선셋대로』는 7개의 토니상을 수상한 최신작이다.
뮤지컬 문외한에게도 런던의 뮤지컬은 평생 잊지못할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글.사진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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