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쟁라운드' 능동대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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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동안 우리가 염려하던 경쟁라운드(CR)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다소 생소한 용어인 경쟁라운드는 국제적으로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개별국가의 경쟁정책을 정비하는 협상과정을 의미한다.
개별국가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상법. 공정거래규정.외환관리법및 상행위관행의 정립을 목표로 하는 협상이다.따라서이제까지 국내 경제관계법령과 관행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부분까지 상당히 간섭받게 됨을 뜻한다.
26일 열리는 한-미(韓-美)경쟁정책에 관한 협의회에서 미국측은 내부자거래정책이나 기업인수.합병(M&A)때의 외국기업차별과 유통구조 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이미 일본과 구조협상에서 일본의 폐쇄적인 기업계열화와 유통구조의 내부거래 등을 문제삼고,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인원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여 일본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일본및 캐나다와 CR협상을 벌이면서 한국을 비롯한 선진개도국에 대해서도 CR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한바 있다.이는 우리가 원하든,원치 않든간에 선진국끼리 합의한 사항이다.금년 12월 싱가포르에 서 열릴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통상각료회의에서 정식으로 「CR선언」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경쟁라운드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즉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이 협상대상으로 요구해 오는 특정분야에 대해서만 마지 못해 검토하거나 검토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이 방법은 단기적으로 국내업계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있겠지만 국내경쟁정책의 정비가 우리 스스로도 필요하다는 기준에서 보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따라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길은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우리의 경쟁정책을 정비하는 것이며,이 길이 기본적인 대비책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미국의 요구에 의해 대외개방이 이뤄지기 전에 모든분야에서 국내개방이 먼저 이뤄져 경쟁이 촉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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