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이수봉씨-창으로 멧돼지잡는 사냥의 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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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멧돼지를 우습게 보면 안돼.멧돼지는 3일천기(天機)를 안다는 말이 있잖아.모습은 미련하지만 영리하고 재빠른 동물이야.』창사냥의 명수로 알려진 이수봉(63.강원도고성군간성읍가마골)씨는 멧돼지 예찬론부터 털어놓았다.
창사냥은 말그대로 창만으로 들짐승을 잡는 사냥을 말한다.2 남짓한 물푸레나무 등을 불에 그슬러 단단하게 만든 뒤 끝에 창날을 단다.창날은 선입견과 달리 뾰족하지 않다.마치 삽처럼 넙적하다.그래야 꽂히는 면적이 커지고 숨통을 단박에 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눈이 배꼽정도까지는 와야 해.그래야 멧돼지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든.보통 4~5명이 조를 이루고 가는데 가장 중요한 선창꾼은 대담하고 민첩해야 돼.2백근이 넘는 멧돼지가 씩씩거리며 달려든다고 생각해 보라구.』 창사냥의 키포인트는 일직선으로 질주하는 멧돼지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선창꾼이 창을 불끈 쥐고 정확하게만 겨누면 멧돼지의 목부분이 창에 꽂힌다고 한다.
『한번에 숨이 끊기지 않으면 재창꾼이 찌르고,후창꾼이 마무리하는거지.』 李씨의 고향은 남도의 오지라는 전북 무주다.군생활을 강원도에서 한 게 인연이 돼 강원도 여인과 결혼했고 그후 강원도에 정착했다.
李씨는 『이제 눈도 멧돼지도 없지만 인심도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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