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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험 학점·경력·용돈까지 대학생‘기업 인턴’필수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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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김성원(동국대 국제통상학과 4)씨는 올해 1학기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로 출근했다. 와이셔츠를 직접 다려 입고 정장 차림으로 오전 7시30분쯤 학교 인근 자취방을 나와 넉 달째 회사원이 된 것이다. 김씨는 3월부터 국제 전시회와 회의를 맡는 코엑스 전시기획팀 인턴으로 일했다. 휴학생이 아닌 재학생 신분이다. 4개월의 인턴을 마친 김씨는 학교로부터 전공 6학점을 포함해 15학점을 인정받는다. 월급은 노동부가 지원하는 40만원을 포함해 60만원. 맡은 일은 전시회의 유형·비용·관람객 수 등을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김씨는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다”며 “기업의 조직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박재성 서비스개발센터 팀장은 3월부터 매주 수요일 숭실대 교수가 됐다. 한 학기 동안 이 대학 컴퓨터학부 전공수업(3학점)을 맡은 것이다. NHN과 ㈜티맥스소프트가 지난해 9월부터 숭실대와 협약을 맺은 ‘웹개발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따른 것이다. 수업은 철저히 실무 중심이다. 시험도 치르지 않는다. 박 팀장은 “시험은 실력보다는 암기력”이라며 “학생들이 실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해 학점을 매긴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강의는 폭넓기는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과 동떨어진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김명호 교수는 “원하는 수강생은 4학년 2학기 때 티맥스소프트에 인턴 근무 뒤 전원 취업할 수 있으며 NHN은 채용 면접 때 가산점을 준다”고 소개했다.

대학생들의 기업체 인턴이 다양화하고 있다. 인턴이 치열한 취업 경쟁의 취업 필수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직이 아닌 ‘실무형’과 ‘실력 끌어올리기형’ 인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업체는 이론만 달달 외운 대학생들을 불러다 현장 실무를 익히게 하거나 학교에 실무자를 직접 보내 강의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인턴으로 일하는 최장 4개월간 학점을 모두 인정해 주며 학문과 실무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인턴 경쟁 치열하고 다양=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지난해 28개 기업의 인턴 채용 경쟁률은 66대 1이었다. 한 외국계 회사는 5주 과정 인턴 13명을 뽑는 데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취업포털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여름방학 인턴 공채가 이달 초 마감됐다”며 “경쟁률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 인턴에 몰리는 이유는 취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기업은 신입사원 공채 때 ^서류 전형 면제 ^면접 가산점 ^특채 같은 혜택을 준다. 이종구 경희대 교수는 “대기업은 인턴제를 우수 인재를 먼저 확보하는 전략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학점 따는 사무실’도 늘고 있다. 이정조 리스크코리아컨설팅 대표는 “경희대·동국대·한양대와 협정을 맺어 5주 인턴에 3학점을 주고 있다”며 “기업 분석을 주 업무로 하는 회사라서 재무제표를 읽고 감사 보고서 주석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재외공관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1학기에도 루마니아·불가리아·체코 등 재외공관에 35명을 보냈다.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은 6개월간 현지 근무하며 12학점을 인정받는다. 이 대학 신정환 홍보실장은 “2007년 1학기에 16명으로 시작했지만 외교통상부가 학생들 실력이 좋다며 증원을 요청했다”며 “현지 채용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은 감소=대학생 인턴 수요는 늘지만 정부 지원은 줄고 있다. 노동부는 인턴 채용 기업에 1인당 월 35만~40만원을 지원하던 ‘직장체험 프로그램’ 예산을 지난해 347억원에서 올해 220억원으로 감축했다. 인턴 학생의 취업 연계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하대 김태석 교육기획팀장은 “졸업생의 절반인 1600명 정도가 인턴을 경험하고 있다”며 “대학생 수요를 반영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노필·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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