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은 돼야 진정한 ‘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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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방송 ESPN의 포커 게임 아나운서인 마이크 매튜소는 최근 한밤중에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며 땀을 뻘뻘 흘렸다. 몸매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몸무게가 109㎏이던 그는 세계 포커 선수권자인 테드 프로스트에게 “대학 때는 82㎏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프로스트가 “1년 안에 그 몸무게가 되지 못한다는 데 10만 달러(약 1억원) 걸겠다”고 말해 내기가 성사됐다.

매튜소는 이달 초에도 89㎏ 나가자 한증막에서 살다시피하며 레몬 다이어트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 닷새간은 금식까지 해 81㎏으로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내기에서 이겼다.

뉴욕 타임스(NYT)는 29일 인터넷판에서 “진정한 도박 고수는 일상에서도 도박으로 승부한다”고 보도했다. 포커 선수인 데이비드 그레이는 동료이자 채식주의자인 하워드 레더러에게 “햄버거를 먹으면 1만 달러 주겠다”고 했다. 레더러는 억지로 햄버거를 먹어 내기에서 이긴 뒤, 그레이에게 “올리브 열매를 몇 개 먹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올리브 알레르기가 있는 그레이는 포기했다.

세계 포커 시리즈에서 네 번 우승한 대니얼 니그리뉴도 일상에서 도박을 즐긴다. 그는 동료들과 비디오 게임인 닌텐도 위(Wii)의 볼링이나 골프를 하면서 수만 달러 규모의 내기를 한다. 골프장도 포커 선수들의 내기 무대다. 니그리뉴는 “골프 내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며 “전에 한 홀에 100만 달러 이상 걸고 내기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동료인 패트릭 앤토니우스와 홀당 2만 달러짜리 내기를 했다. 전반 9홀까지 16만 달러 잃었으나, 후반 홀들을 모두 이겨 결국 2만 달러를 챙겼다. 앤토니우스는 “조만간 40만 달러를 걸고 골프와 테니스 게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 내기는 나를 분발시켜 상대편을 꺾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NYT는 “포커 토너먼트와 온라인 포커 사이트, 포커 후원 행사들이 잇따르면서 세계적 포커 선수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며 “큰돈을 만지는 포커 선수들에게 도박은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생활 방식이자 열정”이라고 전했다.

도박 관련 책을 낸 마이클 크레이그는 “포커 선수들은 집에서 TV를 볼 때 스포츠 경기 결과를 두고 내기하며, 차를 몰 때 비가 오면 빗방울이 차 유리 밑에 언제 닿을지를 두고 내기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직업상 하루 10시간 포커 게임을 하는데 나머지 14시간에도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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