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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끼니 버섯이나 해조류 곁들이고 밥은 잡곡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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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22면

채식주의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균형 잡힌 식단을 짤 수 있다고. 단지 약간의 식품영양학적 정보와 요령이 필요할 뿐이라고. 과연 그럴까.
실제로 단백질 필요량을 채우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한국인 성인 남성의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하루에 55g이다. 서리태를 섞은 잡곡밥 3공기(30g), 두부 반 모(20g), 감자 2개(6g) 등이면 채울 수 있다. 특히 콩류는 40%가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 콩 제품을 다양하게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할 염려는 없다.

균형 잡힌 영양분 섭취하려면

또 철분은 식품 100g당 함량만 따지면 쇠고기(안심) 4.7㎎, 잔멸치 5.5㎎, 달걀 1.4㎎, 우유 0.1㎎인 데 비해, 검정깨나 참깨 등은 10.4㎎이나 들어 있다. 김도 5장(10g)만 먹으면 1.7~7.2㎎의 철분을 섭취할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비타민 B12의 섭취다.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악성 빈혈 등을 일으키는데 채식인들은 곡류에 많은 엽산 성분 덕분에 별 증상 없이 넘어가다가 척수 손상 등 심각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완전 채식주의자들은 대개 영양제를 통해 비타민 B12를 보충한다. 그런데 최근 김과 같은 해조류와 김치 등의 발효식품에도 비타민 B12가 함유돼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들에겐 희소식이다.

사실 각 식품의 영양소를 일일이 따져 식단을 짜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채식인들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쉬운 이유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미국영양사협회는 2003년 ‘북미 채식인을 위한 식품 가이드’를 내놓았다. 미 농림부(USDA)와 캐나다 정부의 식품가이드를 토대로 각 단계별 채식인들의 식습관과 최신의학정보 등을 고려해 보강한 것이다.

이를테면 채식만 할 때 자칫 부족하기 쉬운 칼슘과 B12 섭취를 위해 다양한 강화 식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우리나라엔 채식인을 위한 공식적인 영양가이드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식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먹는 식품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영양사협회 부회장인 임경숙(식품영양학과)수원대 교수는 “미국 사람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푸른 잎 채소를 일상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반면 과일은 덜 먹는 편”이라며 “식물성 기름도 각종 나물 무침이나 볶음, 부침 요리 등을 통해 다양하게 섭취하는 등 차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비타민D도 미국이나 유럽인들에 비해 햇볕을 통해 얻을 기회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강화식품을 먹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채식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우리나라 식생활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임 교수는 “우선 밥을 먹을 때는 잡곡 형태로 먹어야 한다”며 “기름을 쓴 식품도 무조건 피할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는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볶음이나 무침 등에 자주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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