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9개월 만에 검역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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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이 중단된 채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한 냉동창고에서 실시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수의사가 냉동 상태에서 절단된 쇠고기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사진左).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노조원 100여 명이 경기도 용인시 강동 제2냉장 앞에서 검역과정 공개를 요구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고시가 발효되면서 27일 경기도 9개 검역창고(용인 4곳, 광주 4곳, 이천 1곳)에서 9개월 만에 검역이 재개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검역 중단을 요구하며 일부 검역장에 난입해 검역이 중단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이날 검역에 들어간 쇠고기는 지난해 10월 검역 중단 이후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옛 수입조건에 따라 들어온 ‘30개월 미만 살코기’다. 미국산 쇠고기는 검역증 발급, 관세 납부를 거쳐 예정대로라면 다음주 초 시중에 풀리게 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운송저지 투쟁’을 벌이며 검역장을 봉쇄하고 있어 반출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도 민주노총·보건의료원 노조원 300여 명이 경기도 검역창고와 부산 감만부두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천 L냉장에서는 이날 오후 3시 민노총 시위대 30명이 검역장으로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충돌 우려가 있다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측에 작업 중지를 요청했고, 검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부산 감만부두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운송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어 냉동 컨테이너에 보관 중인 3300t의 쇠고기를 전국의 냉동창고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시위대와의 마찰이 두렵다고 경찰이 작업 중단을 요청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험악하게 돌아가니 수입업체들도 검역 신청을 못 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30개월 미만인지 확인=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신영냉장 냉동창고. 지게차 한 대가 50여 개의 상자를 차곡차곡 싣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홉 달째 이 창고에 묶여 있던 미국산 쇠고기 상자다. 검역장에 도착하자 검역관들은 상자 겉면에 미국 농무부(USDA)의 검인이 찍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30개월 미만인지 월령 표시를 확인했다. 이어 상자를 X선 검사대로 옮겼다. 쇠고기에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새 검역 지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 물량의 3%를 뜯어 검사하게 된다. 한 검역관은 상자를 뜯어낸 뒤 쇠고기 덩어리를 꺼내 절단기에 넣고 잘랐다. 그는 “절단할 때 ‘삥’ 하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진공포장 상태에서 절단하면 갑자기 공기가 들어가며 특유의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절단된 쇠고기를 들고 냄새부터 맡았다. 시큼한 냄새가 날 경우 변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쇠고기 덩어리에 전동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전자 온도계를 넣어 영하 18도 이하인지를 확인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검역장에서 하루에 검역할 수 있는 물량은 800~1200상자로 컨테이너 1대 분량이다. 지난해 검역 중단으로 이 창고에 보관 중인 물량을 검역하는 데만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다음달 말께 혀와 내장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표본을 추려 30㎝ 간격으로 다섯 군데를 조사하는 조직 검사를 추가하게 된다.

검역원의 송우리(27) 수의주사보는 “가족과 친구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지 자주 묻는다”며 “위험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검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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