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2차대전 이후 60년 … 유럽의 고민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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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포스트워 1945-2005 1,2
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1권 736쪽, 2권 712쪽,
각 권 3만2000원

1945년 유럽. 도시는 파괴됐고 거리엔 무기력한 난민으로 가득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세계의 지배세력이던 유럽은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전후 역사를 시작했다. 산산이 부서진 대륙은 그 뒤 ‘기적적으로’ 재건에 성공했다.

이 책은 1945년 5월 2차대전 종전 무렵부터 2005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지막 남은 독재자 프랑코의 동상이 철거되기까지의 유럽을 다룬다. 냉전에 이어 유럽연합 구성, 공산주의 몰락, 그리고 발칸전쟁. 동·서독은 통일을 이뤘고, 소련과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가 분열됐다. 전후 유럽국가 가운데 네 곳이 사라지고 14개국이 새로 깃발을 올렸다.

지은이는 이 두꺼운 책에서 지난 60년간 발생한 일을 서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의 변화를 날줄로, 그동안 나타나고 사라진 숱한 아젠다를 씨줄로 엮었다. 때로는 빈정거리고, 때로는 냉철하게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정리한다. 흐름을 다룬 통사라기보다, 그 흐름의 맥을 찾으려는 분석서에 가깝다. 리버럴한 시각으로 사회사와 정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의 정체성’ 부분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가 말하는 유럽 모델은 미국식과 확연히 구별된다. 절대 다수의 유럽인은 빈곤이 개인의 무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빈곤 완화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기꺼이 더 내겠다는 의사가 있다. 국가는 불운이나 시장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성장은 추구할 만한 것이지만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도 얻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여기에서 성장과 효용, 경제적 유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식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유럽도 바뀌고 있다. 유럽식 사회적 연대와 미국식 경제적 유연성 사이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제3의 길이다. 우파는 복지의 대의를 인정하고, 좌파는 이윤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서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럼에도 유럽의 고민은 끝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 소수민족, 역내 1000만 명이 넘는 무슬림 이주자들을 끌어안고 다문화로 가야하는 책무가 그중 하나다.

유럽에서 나타난 그 숱한 논쟁적인 소재를 고루 다루는 지은이의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지은이인 토니 주트는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와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공부한 유럽학자다.『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쓴 독일 작가를 기리는 레마르크 유럽학 석좌교수로 미국 뉴욕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세운 레마르크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유대계 혈통으로 청소년기에 런던에서 유대학교를 다녔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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