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cover story] 초상권 침해냐 vs 표현의 자유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 TV드라마 대장금을 패러디한 잡지 '궁녀센스' 4월호 표지. 배경 속 사진은 민정호 대감(지진희 분).

패러디물은 이런저런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일반 창작물보다 훨씬 크다. '원작'을 베껴야 탄생하고 비판과 풍자를 섞어야 하는 숙명 때문이다.

특히 요즘엔 대통령 탄핵과 총선이 핫이슈가 되면서 시국.정치 '패러디 문제작'들이 유난히 자주 도마에 오른다. 주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나치게 비방 또는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묘사했다는 작가.작품들이 그렇다.

민감한 이해가 걸려 있다 보니 정치 패러디 중 적잖은 작품이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법적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에 못지 않게 돌출하는 문제가 바로 원작자와의 충돌이다. 원작을 무단으로 사용해 빚어지는 일종의 저작권법 위반이다.

법조계에선 2001년 가수 서태지가 '패러디 가수'인 이재수씨를 상대로 한 제소가 사실상 최초의 패러디물 저작권 소송으로 본다.

당시 서태지는 이씨가 자신의 대표곡인 '컴백홈'의 제목과 가사를 바꾼 '컴배콤'이란 노래를 부르자 "변형곡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 하도록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법원은 서태지 손을 들어줬다.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 등 패러디로 보호되는 부분이 담겨 있지 않을 뿐더러 상업적인 이유로 원곡을 이용했다"는 이유였다. 이른바 '인격권 침해 조항'에 근거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제기된 '안티사이트 패러디'관련 소송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P회사가 "직장에서 해고된 이모씨 등 전직사원들이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허가없이 패러디했다"며 제소한 소송건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회사 측이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이씨 등이 P사 로고에 '×'표를 하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사용했지만 이것만으로 인격권과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향희 변호사(새빛 회계법인 고문)는 "국내에선 패러디물에 대한 법적 판단이 주로 저작권법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법조항에 모호한 부분이 있고 판례도 적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