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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위성시대에 급한 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기지에서 우리의 위성을 실은 로켓이 또 하나의 불기둥을 이루면서 하늘로 치솟았다.지난번 무궁화 1호위성 발사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국민적 관심과소수의 현지 참관인들 속에서 한국통신의 위성관계 자들은 「이번만은 완벽하게」를 빌면서 발사 광경을 지켜보았으리라.
앞으로 천이궤도에서 정지궤도 진입,태양전지판 전개,그리고 한반도 지구국으로의 정확한 자세 고정등 두세 고비가 남아있지만 현재까지는 그 과정이 완전한 것으로 보인다.이제 수명이 짧아지긴 했지만 무궁화 1호위성과 함께 2개의 통신위성 은 한국 방송통신 수준의 첨단화를 주도하면서 그 발전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 위성들을 통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직접방송 및 위성통신중계를 디지털로 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창출되는 방송및 통신서비스들은 언론보도에서 접할 수 있듯 엄청나다.우리나라도 이제 우리의 의사에 따라 관련 기술을 임의로 활용하 고 개발할 수 있게 됐으며,이는 21세기의 고속정보혁명시대에의 적응을 앞당기게 해줄 것이다.또한 일본 및 만주지역으로의 방송 가능성은 해당지역의 우리 교포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국민에게 우리 한국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항공 우주산업의 관점에서 비록 1,2호가 모두 구매형태를 빌렸지만 록히드 마틴사의 위성 설계제작 과정에 참여해 관련기술을배워옴으로써 앞으로 국내 위성설계 제작기술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지구 정지궤도에 우리 소유의 통신위성을 가지게 된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우선 1억달러 이상의 고가인위성의 설계제작 능력 배양이다.다시 말해 99년으로 예상되는 3호위성부터 우리의 기술진이 설계에 주도적 역할 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다목적위성 자체설계 제작을 통해 얻어지는기술과 1,2호위성 구매를 통해 배운 선진기술을 결합해 우리 자체 설계 제작의 통신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려보자는 것이다.이렇게 국내의 위성설계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저(低 )궤도에서부터정지궤도에 이르는 다양한 인공위성 국제공동 설계제작 사업에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일은 발사체 로켓을 국산화하는 것이다.1호위성의 수명 단축 및 2호위성의 다섯차례에 걸친 발사 지연이 모두 발사 로켓등에 있었음을 상기하면 선진국에서는 비록 50년대부터 보유해온 기술이지만 위성의 궤도진입에는 발사 체가 여전히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특히 2호위성의 약 한달간에 걸친 여러차례의 지연은 다른 나라에 발사를 의뢰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발사능력의 세계적 과잉으로 그나마 발사용역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수의 정보통신 관련 회사에 의해 계획중인 10여개에서 수백개까지의 정보통신 위성군사업들이 구체화되면 발사용역 자체가 모자라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럴 때 우리가 방송정보통신의 지속적인 발전운영을 위해 당장 위성발사가 필요하게 되더라도 우리 위성을 띄워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발사로켓 개발에 의지가 있는 회사를 선정해 70년대 미사일 개발 때부터 축적한 기술을 모으고 국내외 관련연구기술자를 모아 지속적 연구를 수행한다면 짧은 기간내에 발사기술 자립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21세기에 우리가 도전해볼만한 산업이 항공우주 분야라면 우리 한번 시작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무궁화호 위성 발사의 성공을 위해 애쓴 관련자들의 노고를 치하하 고 싶다.
金承祖 서울대교수.항공우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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