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좋은 판매사, 나쁜 판매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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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한 일간지에 ‘지난해 브릭스 펀드 40%가 상투 잡았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브릭스 펀드가 포함된 신흥국 주식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조원으로 직전 3개월간 무려 8조원이 급증했습니다. 브릭스 펀드가 기사대로 상투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이 기간은 지금까지 실현한 최고 수익률 부근입니다. 고점 부근에 자금이 집중된 현상은 중국 펀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대다수 펀드 설정액이 고점 부근에 급증세를 보일까요. 고점 부근에 유입된 자금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판매사 직원의 권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펀드 판매의 성공 여부는 판매 개시한 펀드가 3∼6개월간 20% 이상 수익을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해외펀드가 한창 붐을 이루었던 지난해 중반 모 펀드판매사 마케팅 담당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어떤 판매사는 직원들에게 “고객 수익률이 15%에 도달하면 해당 펀드의 환매를 유도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고하라”는 판매 지침을 준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의 장기 전망보다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 다시 말해 잘 팔리는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브라질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던 지난해 11월 이전만 해도 이런 판매 전략은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결과적으로 고점 부근에 자금 유입이 집중된 꼴이 됐습니다.

판매사들이 이런 마케팅 전략을 쓰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많은 펀드 판매사는 선취 판매 수수료가 있는 펀드를 선호합니다. 1% 선취 수수료가 있는 펀드를 팔고 3개월마다 한 번씩 펀드를 교체하게 하면 신탁 보수에 포함된 판매사 보수를 제외하고도 연 4%가 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펀드 투자를 다시는 하지 않을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제는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과연 내가 이용하는 펀드 판매사가 제대로 된 판매를 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가입 당시 선취 수수료 펀드를 판매하면서 “선취 수수료 때문에 1년 이상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면 좋은 판매사입니다.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도 안 돼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한 적이 있다면 나쁜 판매사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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