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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풀릴때까지 웬만하면 눈길 주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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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기상도는 ‘안개 또는 흐림’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흔들리면서 대선 공약이었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언제 윤곽을 드러낼 지도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언제, 어떤 식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하는 지 헷갈리는 수요자들이 많다. 정책에 따라 집값이 크게 요동치는 부동산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주택 구입 전략을 짜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투자 격언처럼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이 오히려 유리한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각 시장별로 필요한 내집 마련 전략을 알아봤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급매물 위주로 접근=청약 가점이 높지 않아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청약 경쟁에서 불리한 실수요자들은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2년 전에 비해 20% 가량 시세가 하락한 지역에서 추가로 가격을 낮춰 나온 급매물은 매입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설사 집값이 추가로 떨어진다 해도 이런 급매물 가격 아래로는 더 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고 거기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 많은 지역 유리=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지역에 가면 유리한 조건의 급매물을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인근 기존 아파트를 급매물 가격보다 10% 가량 더 낮춰 팔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기존 아파트와 함께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갖고 있을 경우 재건축 아파트 입주 전에 기존 아파트를 팔면 기존 아파트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급하게 기존 아파트를 파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 서울 잠실 일대에서만 2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또 서초구 반포동에서 올 연말 반포 자이 3410가구가 입주하고 강동구 암사동에서 롯데캐슬퍼스트 3226가구가 9월에 집들이한다. 강남구 삼성동 AID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한 힐스테이트 1, 2단지 2070가구도 올 연말~내년 초에 입주할 예정이다. 경기도 과천에서도 8월께 래미안 3단지 3143가구가 입주한다.

◇분당·용인 급매물은 어떨까=분당신도시에도 급매물이 많다. 분당에는 지역우선 배정 혜택을 받아 2년 전 분양한 판교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된 주민들이 적지 않은 데, 이들 중 판교 입주 전에 미리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아서다. 분당 정자동 파크뷰 제1부동산 유태선 사장은 “기존 아파트를 미리 팔아 판교신도시 중도금과 잔금을 확보해 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 판교신도시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1만2440가구에 달한다.

경기도 용인 지역에도 요즘 급매물이 흔하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판교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미리 집을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아서다. 용인시 상현동 롯데하나공인 신은숙 사장은 “용인 아파트 매도 희망자 중 상당수는 잠실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입주 잔금 마련과 1가구 2주택에 따른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강북지역 주택 구입은 서두르지 말아야=올 상반기 중에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북부지역은 당분간 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노원구 중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북권 일부지역 아파트값이 강남권인 송파구 외곽 지역 수준까지 오르다 보니 가격 이점이 많이 줄어든 데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매수 여력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북부지역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우 서두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매시장도 두드려 볼만=부동산 경매시장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끊기는 등 동맥경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평소 같으면 인기리에 팔릴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인기 아파트로 꼽히는 물건도 1회 유찰은 기본이다. 경매시장에서는 한번 유찰될 때마다 경매 기준가격이 20%씩 떨어진다. 법무법인 태승 박미옥 본부장은 “이달 초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 아파트가 2회 유찰됐고, 이달 중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두 채도 첫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며 “주택 매매시장 불황기에서는 경매시장에서 알짜 매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은 신중하게 접근=재개발 시장에서 거품 주의보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건축도 당분간 시장이 활성화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재개발·재건축 투자는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후에 조합원들이 내놓는 매물을 노려해 볼 만하다. 요즘 조합원 지분에 대한 감정가액이 조합원들의 기대치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이 예상치보다 늘어나면서 관리처분 이후에 지분을 싼 가격에 정리하려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이런 매물은 정해진 동·호수에 2∼3년 뒤면 입주할 수 있고, 집 구입 자금도 정해지기 때문에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재개발 투자의 가장 큰 고민인 불확실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재건축은 당분간 급매물 위주로만 접근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매물은 늘고 매수세는 줄어드는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 건자재가격이 뛰고 있는 것도 재건축 시장에는 악재다. 나중에 재건축 공사를 할 때 공사비 증가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도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강남구 개포동 세진공인 이기자 사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재건축 시장 침체는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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