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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해도 될 일 하고 있진 않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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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현재 맡은 일만 잘하는 A대리와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이를 리드하는 B대리 중 회사는 어느 쪽을 선호할까. 시장 변화가 크지 않았던 예전에는 A대리 같은 인물도 괜찮았다. 묵묵히 일하면 자연스레 승진했다.

하지만 격동기인 지금은 다르다. 회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낼 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맡은 일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 일에 적정하게 시간을 안배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 관리는 필요한 일을 제때 처리하는 기술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해 마감시간 전에 목표를 달성한다. 주어진 시간에 그 일을 마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도 능력이다.

이정미 한국IBM 글로벌 파트너는 이렇게 한다. 하루에 할 일을 네 가지 종류로 나눈다. 기준은 중요도의 크기, 자신이 해야 하는지 여부다.

중요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요한데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일이다. 그리고 중요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부터 처리한다.

목표를 세우면 시간 관리가 잘된다. HSBC 같은 외국계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연간 목표를 세운다. 여기에 맞게 한 달, 일주일 스케줄을 잡는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상사와 함께 업무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이렇게 하니 1년을 꽉 채워서 효과적으로 보낸다.

일정을 단순하게 잡으면 실천하기 쉽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는 ‘재즈댄스’ 하는 식이다. 일단 뭔가 할 시간을 잡았다면 그 시간에는 거기에 몰입하는 게 좋다. 가볍게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여유 있게 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간 관리 기술은 다른 사람의 시간도 아껴주는 것에서 완성된다. 기본은 약속 시간 지키기다. 내가 10분을 늦으면 다른 사람이 10분을 버리게 된다.

업무 처리 때도 마찬가지다.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가 늦은 만큼의 시간을 손해 본다. 이런 직원을 회사가 좋아할 리 없다. 자신이 제때 일을 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을 붙여달라고 하는 편이 낫다.

▶1967년 출생. 92년 ㈜한독약품 마케팅부, 95년 한국P&G 입사, 현재 한국P&G 이사(마케팅).

김주연 한국P&G 이사
그 시간에 하기로 한 일만 한다

한국P&G 생활용품 관련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주연(41) 이사에게 ‘시간 관리’란 무조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시간 투자’를 의미한다.

이른바 ‘시간의 ROI’다. ROI(return on investment)는 마케팅에서 주로 쓰는 용어다. 최단 시간을 투자해 최대의 결과를 얻는 방법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한다.

그것은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지부터 따지고, 그 결과를 제한된 시간 내에 얻는 데 불필요한 일은 모두 잘라낸다.

한 달 후 어떤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면 2~3주 걸리는 옵션 스터디(가능한 사례 분석)는 하지 않는다. 제작하는 기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거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건 낭비기 때문이다.

“더 큰 효과를 낼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무조건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많죠. 포기해야 할 때 포기 못하는 사람은 절대 높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 이유로 그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 태스킹’을 지양한다. 업무 계획을 세우고 그 시간에 하기로 한 일만 한다. 일례로 e-메일은 오전, 오후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확인한다. “경험이 부족했을 때는 수시로 e-메일을 확인하곤 했죠. 그런 시간을 다 합하면 보통 낭비가 아니죠.”

그는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나 아이디어가 생겨도 절대 그 일을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다. 메모해 뒀다가 나중에 확인한다.

▶오늘 할 일은 세 가지만 적는다 스케줄 표에 하루에 꼭 해야 할 일은 최대 세 가지만 적는다. 그러면 가벼운 마음에 일을 금세 처리한다. 오후 2시쯤이면 그 일을 모두 마친다. “오늘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면 엔도르핀이 생겨 그 후에 10가지 일을 더 할 수 있습니다.”

▶시간관리는 습관이다 꼼꼼한 업무 계획을 설계하는 것은 시간관리의 기본이다. P&G에서는 직원 개개인이 1년 동안의 업무 계획을 짠다. 상관과 머리를 맞대고 올해 할 일의 목록을 자세하게 작성한다.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까지 기록해둔다. 이렇게 세운 1년 계획을 기준으로 한 달, 일주일 계획을 잡는다.

김 이사는 이를 토대로 매일 아침 출근해 15분 동안 하루 스케줄을 점검한다. 퇴근 전 10분 동안에는 내일 할 일을 정리한다. 이렇게 14년을 보냈다. 이제는 ‘다른 직장인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로 업무 계획 세우기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시간관리에는 습관이 중요하죠.”

▶1963년 출생. 87년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졸업. 96년 독일 함부르크대학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학위, 2001년 (주)인젠 부사장, 2005년 ㈜큐론 대표, 2006~2007년 동부 CNI 컨설팅 사업 부문장 상무.

오세현 전 동부 CNI 상무
자신 없으면 못한다고 말하라

오세현(44) 전 동부 CNI 상무가 직원들에게 권하는 시간 관리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문서 작성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LG CNS에서 회의할 때 일입니다. 직원 한 명에게 회의록을 작성해 회의 직후 참석자에게 e-메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발송이 늦더군요. 담당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빠진 내용을 넣고 맞춤법에 맞게 수정하느라 두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더군요. 수정하지 말고 그대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집중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는 일을 시작하면 옆 사람 말을 못 들을 정도로 몰두한다.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엄마 때문에 운 적이 있을 정도다. “아들이 자꾸 권해 테트리스 게임을 했어요.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아들이 뭐라 하자 시끄럽다고 했습니다.”

무서운 집중력은 어릴 적 환경 덕에 생겼다. 방 한 칸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했다. 아버지가 텔레비전을 보는 옆에서 공부를 했다.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끄라고 하면 아버지는 공부하려면 어떤 환경에서든 한다고 했다.

회사의 시간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지시를 받았을 때 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좋다.

“일을 마치겠다고 약속한 시간 30분 전에 와서 못 하겠다고 자폭한 직원이 있었죠. 그렇게 되기 전에 일정에 못 맞추겠다고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어야 했는데도 말입니다.”

예컨대 자신의 능력으로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다른 사람을 붙여 달라고 하면 된다. “이 일로 회사는 시간을 손해 본 것이죠. 회사 입장에서는 누가 하든 일이 진행되면 됩니다. 꼭 그 사람이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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