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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님 양복이 잘 어울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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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임원의 중요한 역할은 회사에 필요한 정보, 사람을 끌어오는 일이다. 예를 들어 팀이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고객과 친분이 있거나, 고객과 사이가 가까운 인물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그 요구 사항을 충족할 만한 인재를 데려온다면 더욱 좋다.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 임원이 됐다 해도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더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회사는 전화 한두 통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인맥을 가진 인물을 선호한다. 인맥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인맥 관리의 기본은 ‘관심’이다. 일단 이름, 얼굴 생김새, 머리 모양, 취미 등을 기억하면 좋다. “김철수 님, 머리 모양이 바뀌셨네요. 잘 어울려요. 지난 주말에도 미드(미국 드라마) 보셨어요?” 두 번째 만나 이렇게 말을 건다면 상대가 당연히 호감을 갖고 나를 기억한다.

기억력이 부족하다면 도구를 활용하면 된다. 제일 쉬운 방법은 명함에 만난 날짜, 상황 적기다. ‘2008년 6월 18일 오전 티 타임’하는 식이다. 신상정보를 노트에 정리할 수도 있다.

영업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판매왕’은 고객 노트를 적는 방법도 다르다. 구매력에 따라 고객 등급을 나눠 정리한다. 내가 만난 사람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은 환영을 못 받는다. 수시로 연락을 하는 게 좋다. 단,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접촉으로는 점수를 따기 어렵다. 단체 문자가 그 예다. 문자 하나를 보내더라도 그 사람에게 맞는 때에 적절한 내용을 보내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오세현 전 동부 CNI 상무는 가끔 직원들을 집에 초대해 밥을 지어 먹였다. 한 번이라도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잊기 어렵다. 오 전 상무가 퇴사한 후에도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온다.
 

▶1965년생.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87년 Korea Techno’ Venture 연구소, 93년 아이시전장, 96년 한국IBM 입사, 2006년~현재 한국IBM GBS 글로벌 파트너.

이정미 한국IBM 파트너
네트워크에서 균형 찾는다

◇T형 인간의 조건 = 인맥은 주고받는 게 있을 때 유지된다. ‘T형 인간’이 이상적인 인맥형 인간으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서 세로축(I)은 개인의 역량, 가로축(ㅡ)은 인맥을 의미한다.

한국IBM의 컨설팅 조직인 GBS의 이정미(43) 파트너는 인맥 형성에서 균형 잡힌 T형 인간을 추구한다. IT 아키텍트로서 전무급 위치에 오른 그녀의 성공 비결이다.

이 파트너는 제1 경쟁력으로 IT 아키텍트로서의 능력을 꼽았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작은 소프트웨어개발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요즘도 실력을 키우고자 꾸준히 노력한다.

기본 방법은 프로젝트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다. IT 아키텍트로서의 능력은 공부보다는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잡지나 전문 연구기관의 자료를 읽으며 신기술 발전 정보도 파악한다.

◇인맥은 시공을 초월한다 = 다음은 가로축 넓히기다. “팀도 하나의 작은 네트워크죠.” 그래서 팀원들이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 자주 낀다.

직원들의 생각, 고민을 듣고 이를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반영하기 위해서다. 함께 일했던 동료도 꾸준히 만난다. 지금은 한국IBM의 다른 부서나 경쟁사, 고객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모르는 정보를 얻을 수 있죠. 그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그녀의 인맥지도에 20여 년 전부터 들어 있던 사람은 지금의 남편이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남편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때가 많다. 서점에 가지 않고 업무상 필요한 책을 남편이 채워 놓은 서재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토론을 하기도 한다. 관심 분야가 달라 같은 내용을 읽고도 기억하는 부분이 다를 때가 많지만 책 한 권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런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요즘은 외부 인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는다.

◇이기는 여성 임원들 모임 ‘WIN’= 그래서 ‘WIN’을 시작했다. ‘Win(Women In Network)’은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여성 임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자 구성한 모임이다. 현대캐피탈 김수경 이사, 아시아나항공 한현미 이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윤은경 상무 등 36명이 2007년 11월 첫 모임에 참석했다.

여성 임원으로 외부 인사와의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이들이 많이 참석했다. 팀원에게는 없지만 팀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가져다 주는게 임원의 역할이다.

“꾸준히 외부 인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남성 임원들은 이 일을 수월하게 합니다.” WIN 멤버들은 1년에 두 번 정도 소모임 별로 모임을 할 예정이다.

소모임 종류는 세 가지다. 기본은 같은 업계 전문가들의 모임, 다른 업계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여기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 리더 양성을 고민하는 모임이다. 이 그룹에서 여성 후배들을 도울 길을 모색할 예정이다. 최고정보책임자(CIO) 모임, IT 관련학회 등에도 관심을 갖는다.

▶1974년생. 가톨릭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96년 보끄레 머천다이징, 98년 대현, 2001년~현재 아이올리(에고이스트) 숍 매니저.

김현주 에고이스트 숍 매니저
“고객 노트가 보물 1호”

롯데백화점 본점의 여성 패션 브랜드 ‘에고이스트’ 매장을 경영하는 12년차 숍 매니저 김현주(34)씨. 그녀는 20대 초반 패션 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부터 노트에 고객 정보를 손으로 써서 정리했다. 이 노트가 바로 그녀의 성공 비결이다.

“여기 담긴 고정 고객이 매출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노트에 고객 정보가 A, B, C 그룹별로 정리돼 있다. 연평균 구매 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면 A그룹, 1000만원 이상이면 B그룹, 신규 고객은 C그룹으로 구분한다. A그룹에 80명, B그룹에 150명의 고객 정보가 들어 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거래 내용, 방문 날짜가 기본 정보다.

이 정보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1 대 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도 노트를 활용해 한다. 얼굴부터 기억한다.

처음 방문한 고객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안경을 꼈는지 어떤 가방을 들고 왔는지 등의 인상착의를 노트에 기록한다. 방문 횟수가 두세 번 되면 이름을 기억한다. 다시 방문하면 이름을 불러준다. “자신을 알아보면 무척 좋아 하시죠.”

선물도 그냥 뿌리지 않는다. 예컨대, 고객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 선물을 보낸다. 선물은 에고이스트에서 판매하는 양말, 액세서리, 머플러 등으로 소박하지만 받는 쪽에서는 그런 작은 거 하나에 감동한다.

수집한 개인 정보를 판매로 실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주기적으로 전화해 방문 날짜를 잡는다. 한 달에 세 번 방문하는 B그룹 고객이 방문할 때가 돌아오면 전화로 ‘언제 오세요?’라고 묻고 방문 시간을 잡는다. 다른 고객과 방문 시간이 겹치지 않게 주의한다.

“최고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고객이 상심합니다. 매니저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지죠.”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는 취향에 맞는 옷을 권한다. 노트에 기록한 구매 내용을 보고 상품 취향을 파악한다.

매장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고객에게는 직접 상품을 배달한다. 특정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신상품이 나오면 전화를 걸어 알린다. 에고이스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객이 전화를 해 어떤 제품을 보내달라고 하면 그 상품을 배달한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떨어질 때 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매출을 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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