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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무기 몇 개는 장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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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민수(37) 국제경호원은 국내 기업 CEO들 사이에서 출장 시 꼭 동행해야 할 인물로 꼽힌다. 외국에서 어느 기업 CEO 손자를 깡패들로부터 구출한 일이 계기가 됐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총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국제경호원 자격증을 따려고 경호원 전문학교에서 공부하며 익힌 실력이다. 그 후 보통 경호원과는 다르다는 소문이 퍼졌다. 일당도 10배나 늘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분야를 갖고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를 개발하는 데 학습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성공한 사람들은 수시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다. 우선 일하면서 공부한다. 로레알코리아 이선주(38) 이사는 업무를 처리하며 영어를 학습한다. 따로 영어를 배울 시간을 내지 못해 입사 초기부터 사내에서 영어를 학습할 방법을 찾았다.

요즘은 해외 로레알 지사에서 로레알 관련 기사를 영문으로 보내오면 이를 프린트해 틈틈이 읽는다. 모르는 단어에는 꼭 밑줄을 긋고 의미를 기억할 때까지 다시 본다. 로레알의 현황도 파악하고 영어도 배우는 셈이다.

적극적인 사람은 배울 기회를 만들어 낸다. 김대균(44) 종로YBM 토익 강사는 E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도 한다. 영어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을 맡기로 한 큰 이유다. 영국인 네모와 공동 진행한다. 녹화 전후에도 영어로 대화한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그 시간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김주연(44) 한국P&G 이사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길에 학습을 한다. 공부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팟 캐스팅을 이용한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그 방송을 MP3에 내려받아 듣는 방법이다.

이선주 로레알코리아 이사
“영어? 반드시 잡고 말겠다”

▶1970년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95년 로레알코리아 입사, 2001년 로레알코리아 홍보실장, 2006년~현재 키엘 브랜드 매니저(이사).

◇영어가 그녀를 키웠다 = 로레알코리아의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38세 브랜드 매니저인 이선주 이사의 초년 영어실력은 형편없었다. 지금은 영어회의를 주도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유학이나 외국 체류 경험도 없던 그녀가 어떻게 영어 실력을 키웠을까.

일단 절실하게 영어가 필요했다. 로레알코리아에서 일할 때 대부분 영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당연히 영어가 공통 언어다.

하지만 당시 이 이사의 영어실력은 일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입사 초기에는 회의에서 받은 질문을 못 알아들은 적도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죠.”

◇일하면서 배우는 영어 = 영어 실력을 키워야 했지만 학원에 다닐 시간은 없었다. 일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로레알에서 발행하는 영어 문서를 한글로 번역했다.

보도자료, 브로슈어, 로레알 웹 사이트가 영어공부 교과서였다. 로레알의 연례 보고서도 꼼꼼히 읽고 모두 한글로 번역했다. 이렇게 비즈니스 영어를 익혔다. 일에도 도움이 됐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그룹 홍보담당자로 근무할 때 외국인 지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을 한글로 통역해야 했어요. 지사장이 말하는 내용이 그런 문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수월하게 일했습니다.”

22개 신문의 주요 기사 제목을 영어로 번역해 지사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화장품이나 외국계 기업과 관련된 기사 제목도 전했다. 지사장이 관심을 보이는 기사는 전문을 영어로 번역했다.

“기본적인 어휘력을 갖춘 후에는 영어 쓰기를 하면서 아는 단어를 떠올리는 게 영어 학습에 효과적입니다. 쓰기를 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영어로 e-메일을 쓰면서도 영어실력이 늘었습니다.”

부족한 듣기, 말하기 실력을 키우려고 개인 교습까지 받았다. 지사장에게 요청해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2~3시간씩 영국인에게서 영어를 배웠다.

이 시간에 개인강사 앞에서 지사장에게 할 프레젠테이션을 미리 연습했다. 프레젠테이션 주제를 놓고 강사와 토론도 했다. 영어로 작성한 자료에서 잘못된 표현을 강사가 수정해 줬다.

◇나만의 공부법 개발하라 =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다고 모두 그녀처럼 영어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그녀는 다른 직원들과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당당함입니다. 영어로 얘기하다 틀려도 창피해 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말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1~2년 일을 함께 하면 작은 영어 표현의 실수보다는 능력으로 평가 받습니다.”

로레알코리아 마케팅부의 한 과장에게서 이런 당당함을 배웠다. 그가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잘못된 표현이 많았다. 그런데도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결국, 그는 영어실력을 키워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잡았다.

얼마 전에 영어 학습 방법을 하나 더 찾았다. 한글로 번역된 책을 먼저 보고, 영어 원서를 보는 방법이다. 마케팅에 성공한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한 책을 한글로 번역한 『마케팅 거장에게서 배운다』를 읽고 있다. 다 읽으면 원서인 『Conversation with Marketing Master』를 볼 계획이다. “이렇게 하니까 책 내용이 더 잘 이해됩니다.”

▶1971년생. 9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9년 개인경호훈련학교(ESI) 수료, 1998년~현재 국제경호원센터(IBC) 대표.

정민수 국제경호원
전문 서적 구입에 3000만원 투자

국제경호원 자격증은 정 경호원의 성공 비결이다. 국내에 이 자격증이 있는 경호원은 여섯 명뿐이다. 비용보다는 안전을 따지는 국내 기업 CEO나 유명 연예인 같은 VIP 고객은 해외에 나갈 때 국내 경호원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국제경호원을 찾는다. 국제경호원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그만큼 몸값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정 경호원은 1995년 미국에서 마트를 경영하던 회장을 경호하면서 국제경호원 자격증의 가치를 알게 됐다. 우연히 국제경호원 자격증을 딴 전문 보디가드를 봤고, 전문 교육을 받아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1년 동안 뉴욕에 있는 ESI 경호원 훈련학교에서 야간수업을 들었다.

1998년에는 이스라엘에 있는 국제경호학교(ISS: International Security School)에 다녔다. 본격적으로 경호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6개월간 이곳에서 경호원에게 필요한 세 가지 자질을 길렀다. 운동 실력, 경호작전 수행능력과 전문지식이다.

교육은 이론보다는 상황별 실습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파티 경호를 할 때 필요한 경호작전을 세우고, 실제처럼 수행한다. 캠코더로 이 장면을 촬영해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완벽을 기한다. 이 학교에서는 폭발물 식별법부터 최첨단 장비 사용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배운다.

도주에 필요한 헬기, 항공기, 열차 운행 방법까지도 습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장비를 다루는 경호원은 상급 레벨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이런 걸 배울 수 없다.

그는 6개월 후 국제경호원 자격증인 ‘B-tech’ 2급을 취득했다. 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자동으로 자격증이 나오지는 않는다. 취득하려는 국제경호원 급수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취득 가능한 급수는 1~3급 세 가지다. 세계 경찰서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다.

정 국제경호원은 자기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호 전문서적 구입비용으로만 3000만원을 썼다. 전문학교 교육비로 사용한 1500만원의 두 배다. 1995년부터 외국 서적을 830권 정도 사서 읽었다.

한국에서는 깊이 있는 책을 찾을 수 없어 이스라엘이나 미국에서 발행한 서적을 주문해 구입했다. 그중에는 도청기, 무전기, 헬기 사용 방법을 소개한 『이스라엘 디펜스』(Israel Defense)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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