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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고 엮고 꿰면 보배가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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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것은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어릴 때 노래를 불러가며 이런 연상게임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게임의 형식을 빌려 어린이들의 어휘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공부법이었다.

사장 취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직원들을 상대로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본 소니의 스타 CEO 쓰바치 료지(中鉢良治)는 자신의 블로그 주제를 찾을 때 이런 연상법을 활용한다고 한다.

예컨대 1947년생인 그는 자신이 태어난 해가 십이 간지의 돼지(亥)해에 해당하므로 돼지고기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돼지고기는 콜레스테롤이 많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자연스레 건강이야기로 옮겨갈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장수를 화제로 삼는다.

쓰바치 사장은 정보의 가치를 연결성에서 찾는다. 단절된 정보는 결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보의 연결점이 바로 지식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단편적인 정보를 지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책이나 신문, 잡지에서 읽은 상식 몇 개 외웠다고 해서 지식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각각의 정보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안테나를 세울 때 실용적인 지식이 태어난다.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톡이 필요하다. 요즘 강조하는 데이터베이스(DB)의 중요성이다. 소니의 쓰바치 사장은 30년 이상 수첩에 정보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수첩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비록 아날로그식 정보 수집법이지만 그게 바로 오늘날의 쓰바치 사장을 존재하게 한 힘의 원천이다. 수첩에 기록된 깨알 같은 정보들은 결코 바람에 날아가는 법이 없다. 그 작은 정보들은 필요할 때 결합해 큰 힘을 낸다.

연봉 3000만원 이하의 단순직 종사자들과 억대 연봉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 컨설턴트는 이 차이점에 대해 “단순직 종사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지만 억대 연봉자들은 자율적으로 일을 만들어내며 많은 일을 소화한다”고 설명한다.

단순직 종사자들은 주어진 일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 그러나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억대 연봉자들은 정보의 안테나를 곳곳에 걸쳐놔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흡수한 정보들을 성과를 내는 쪽으로 연결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서상영 패션디자이너
신문 속 단어가 패션쇼 테마

▶1972년생. 한양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 패션 스쿨 졸업, 1998년~파리 에릭 할리 액세서리 디자이너, 2005년~현재 서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유명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36)씨는 모은 정보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서 디자이너는 2004년 첫 번째 작품 발표회에서부터 지금까지 남다른 감각을 선보였다. 비결은 독특한 정보원이다. 2년 동안의 프랑스 유학 시절 곳곳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고 정리했다.

“벼룩시장에서 찾은 1940~50년대 패션 잡지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1주일에 한 번 프랑스 파리 북쪽에 있는 벼룩시장 ‘클리낭크루’의 헌책방에서 오래된 잡지를 20~30권 샀습니다. 일주일 동안 자세히 읽으며 프랑스, 영국 패션의 역사를 파악했죠. 양장의 발전 과정을 뿌리부터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잡지를 읽고는 꼭 스크랩을 했다. 이때 만든 스크랩북이 15권이나 된다.

◇신문 속 단어에서 찾는 아이디어 = 서 디자이너에겐 파리의 도서관, 서점, 갤러리, 의상실이 주요 정보원이었다. 개성 강한 프랑스 패션 학교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오전 수업을 듣고 바로 이 장소로 이동했다. 과제 주제만 생각하며 시장 조사를 했다.

수첩에 재킷·바지·스커트·구두·가방 등 여러 아이템의 소재·컬러·모양을 기록했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모은 자료를 아이템별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모델 한 명이 착용할 의상, 신발, 액세서리 등을 합친 하나의 이미지를 구상했다. 서로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았다.

요즘에는 블로그, 신문에서 정보를 찾는다. “저널만큼 수준 있는 블로그가 많아요. 그곳에서 젊은 친구들이 공유하는 정보를 살핍니다.” 아침, 저녁에 30~40분 동안 인터넷으로 신문도 읽는다.

특히 관심이 있는 환경 관련 기사를 유심히 읽는다. 여기서 본 단어를 기억한다. 그 단어를 이용해 전체 패션쇼 내용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에서 패션쇼의 전체 이미지를 연상하고, 각각의 아이템을 생각해 낸다. 꼭 그렇게 하지 못해도 괜찮다. 평소에 이렇게 연습을 하면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패션쇼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홉 번째 신상품 발표회에서 이 방법을 사용했다. 주제를 ‘ornament(장식)’로 잡았다. 사람 몸을 옷으로 장식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 공간을 장식하는 바닥재, 벽지, 커튼 등으로 사람도 장식하기로 했다. 바닥재 이미지를 차용해 남성용 레깅스를 제작했다.

“어릴 적 방 안에 있던 레코드판 케이스 이미지도 디자인에 사용했어요. 사춘기 시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불법 복제된 레코드판을 구입해 들었죠.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커버 이미지의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 레코드판을 황학동에서 다시 구입했습니다. 케이스를 촬영해 얻은 이미지를 레깅스에 프린팅했습니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
책에서 투자의 길을 찾다

▶1957년생. 부산대 경영대학원 졸업. 90년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2000년 메리츠투자자문 대표이사, 2006년~현재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박종규(51)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도 정보 활용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성공한 투자가의 투자 방법,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 장수하는 기업 등에 관한 정보다. 책에서 이런 정보를 얻는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 가며 자세하게 읽는다. 독서 노트에 기억할 내용도 정리한다.

박 대표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투신업계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스타 매니저’다. 2006년부터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을 경영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쓴 주식, 증권, 투자 관련 책이 가장 도움이 됐다. 이를 읽고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고르는 안목을 길렀다. 『워런 버핏의 완벽 투자 기법』 『워런 버핏 실전 가치투자』가 그 예다.

워런 버핏은 생활필수품을 제조하는 회사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다. 코카콜라, 맥도널드 주식이었다. 중국인들도 이 제품을 소비하게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박 대표도 생활필수품 제조회사 주식에 집중했다. 1995년 컵라면을 만드는 농심 주식에 투자했던 게 대표적이다.

성장할 기업을 보는 눈도 책을 통해 길렀다. 예를 들어 『Good to great』에서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을 파악했다. 이 책에는 위대한 20개 기업 CEO의 공통점이 통계 자료와 함께 제시돼 있다.

그중 하나는 언론에 자주 나서지 않고 묵묵히 회사 경영만 한다는 점이다. 투자 전에 그 기업이 이 책에 제시된 특징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따져 본다.

책은 경제 흐름을 읽는 데도 도움이 된다. 펀드매니저는 성장할 산업을 짚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서로 이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제국 JP모건』을 읽고 경제, 금융의 발달 과정을 파악하는 시각을 키웠다. 이 책에는 미국 자산운용업체인 JP모건의 150년 역사가 담겨 있다. 이는 미국 금융 발전 역사이기도 하다. 과거를 알면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 통찰력이 생기는 셈이다.

◇모은 정보 내 것으로 압축하라 = 매일 신문도 읽는다. 다른 펀드매니저에 비해 신문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문만큼 새로운 정보를 잘 정리해 보도하는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은 경기 흐름이나 동향을 파악하는 기본적 정보원이다. 분석 기사가 많은 경제지를 즐겨 읽는다.

펀드 운용이 잘 안 될 때는 그림을 그려 본다. 바구니 안에 펀드에 들어 있는 주식을 하나씩 그려 넣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금융주가 잘될까? 삼성전자 주식은 어떨까? 신한은행 주식을 더 살까?’ 이렇게 하면 답을 얻을 때가 있다. 보통은 수집한 정보를 바로 주식 매매에 적용한다.

보고서를 읽고 맞다고 판단되는 내용만 이용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린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보고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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