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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곤 교육과학수석 발령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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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기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정진곤(사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가 23일 수석비서관 발령을 보류해줄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 내정자가 2기 청와대 대통령실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 임명권자에게 누가 될 것을 우려해 ‘관련 학계에서 공정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수석 발령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 수석 내정자는 이날 신임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불참했다. 정 내정자는 교수 시절 쓴 논문 가운데 일부를 학술지와 교육 관련 월간지에 중복 게재한 것으로 드러나 ‘자기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한양대 교수였던 1996년 12월 강원도교육연구원이 발간하는 ‘교육연구정보’에 ‘열린교육에서의 교사 역할’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이듬해 12월엔 여기에다 일부 내용을 추가해 한양대 한국교육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교육논총’에 ‘열린교육의 개념’이란 논문을 다시 발표했다.

또 2001년 12월엔 한국비교교육학회의 ‘비교교육연구’에 ‘체벌의 개념과 교육적 의미’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2002년 여름 경남교육청이 발간한 ‘교육경남’에 ‘체벌의 정당성과 부당성’이란 제목으로 유사한 글을 실었다. 같은 해 9월 한국교육생산성연구소에서 나온 월간지 ‘교육연구’에도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정 내정자는 “표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교육청 소속 기관이 내는 잡지에 실었던 것을 교내 학술지에 내면서 연구비 200만원을 받았다”며 “당시 교내 학술지가 글을 달라고 요청해서 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잘못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국열린교육학회장 김재웅 서강대 교수는 “전문 학술지 두 곳에 냈다면 문제일 수 있지만 대중을 위한 잡지와 열악한 상황의 대학 연구소 학술지라면 중복 게재나 자기 표절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비교교육학회 권동택 교원대 교수는 “과거엔 별생각 없이 그랬겠지만 윤리 강령이 강화된 지금은 ‘○○에 게재된 ⅩⅩ를 수정 보충함’이란 표기가 없으면 문제가 될 만하다”며 “자기 논문을 다시 게재할 땐 전문지든 비전문지든 인용 여부를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술진흥재단에 표절 논란이 있는 논문을 살펴보도록 의뢰했다”며 “이번 사안과 별도로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와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교수 시절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해명 과정을 거치며 다른 의혹과 겹쳐 사퇴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중도 하차했다.

최상연·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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