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대세론 vs 바람 vs 박근혜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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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정몽준 최고위원 사무실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하는 정치, 통하는 대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변화와 쇄신의 새 바람’

한나라당 7·3 전당대회에서 뛰는 당권주자들이 23일 내건 슬로건이다. 각각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허태열 전 사무총장의 구호다. 세 사람의 전략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세 사람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 맞은편 건물인 대하빌딩에서 한두 시간 간격으로 사무실 개소식을 했다. 지지자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비로소 전대 분위기가 난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오갔다.

◇대세론의 박희태=박 전 부의장은 이날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과 당, 국민과 청와대에 소통의 고속도로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야당의 체질이 달라져 여당화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체질 변화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원로로서 면모가 드러나는 발언이다. 그는 하지만 친박근혜계 등 당 안팎의 인사들과도 두루 원만한 관계다. 친박 복당 문제도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화합형 리더십’이 그의 이미지 상품이다. 그는 당내 주류인 친이 세력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대세론’이다. 이상득 의원 등 원로 그룹은 든든한 후원자다. 하지만 원외인 데다가 18대 한나라당 이미지를 대변하기엔 고령(70)이란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젊은 그룹이 소극적인 게 부담이다.

◇대중적 인기의 정몽준=정 최고위원은 사무실에 한 노파와 함께 파안대소하는 모습의 사진을 걸었다. 그는 이날 “한나라당이 잘 보이지 않고 민주주의가 위기란 말을 들을 때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거나 “한나라당 서울 의원으론 초선(실제론 6선)”이란 표현을 썼다. 인터뷰에선 “이왕 개각하려면 시원하게 했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 민심에 다가가는 소통 방식을 구사한 것이다.

그는 실제 3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 캠프에선 그러나 전대가 친이-친박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정 최고위원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가 요즘 “친이-친박 계파정치로 회귀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도 현대그룹 출신인데 당 대표까지 현대 출신이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허태열 전 총장)는 비판도 부담이 된다.

◇박근혜 마케팅의 허태열=허태열 전 총장의 사무실에선 ‘박근혜’란 세 글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흔한 박 전 대표의 사진 하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비상한 시국에 지도부를 어떻게 뽑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날 개소식엔 당 안팎의 친박 성향 의원 대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박 좌장으로서 위상이 뚜렷해 보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이왕 출마를 하셨으니까 좋은 성적으로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조용하면서, 모든 사람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성원은 있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일종의 ‘친박 마케팅’인 셈이다. 그의 주변에선 “친박 진영의 높은 결집도로 봐선 정말 허 전 총장이 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장담하는 이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도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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