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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황제의 빈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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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릎 재수술로 타이거 우즈의 시즌 마감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스폰서와 방송사 측이 속을 끓이고 있다고 미국 신문들이 보도했다.

우즈 공백 쇼크를 받은 기업은 나이키와 게토레이·뷰익 등 우즈와 계약한 회사들뿐이 아니다. 우즈가 반드시 참가할 것으로 보고 엄청난 상금을 걸고 대회를 여는 타이틀 스폰서, 우즈 출전 대회를 중계하는 방송사, PGA 투어 등 대회 조직위 등도 울상이다.

2000년대 들어 남자 골프 대회는 우즈가 참가하는 대회와 그렇지 않은 대회로 구분된다. 우즈가 참가하지 않는다면 메이저 대회도 특급 대회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승 상금 1000만 달러 등 수천만 달러를 들여 플레이오프 타이틀 스폰서를 하는 페덱스는 우즈의 시즌 마감 발표일 주가가 하락했다. 다음주 뷰익 오픈을 앞두고 ‘우즈를 캐디로 쓰기’ 마케팅을 벌였던 제너럴 모터스도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우즈를 모델로 ‘타이거 드링크’를 내놓은 게토레이는 “우즈의 부상 투혼으로 인한 공백을 또 다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위안을 했다.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은 “우즈의 공백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스폰서들은 자신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방송사들의 고민은 더 심각하다. 우즈의 공백이 곧바로 수치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PGA 투어 플레이오프 4개 대회 중 우즈가 나오지 않았던 대회의 최종라운드 미국 시청자 수는 280만 명이었다. 우즈가 나온 다른 3개 대회의 평균 시청자 수(440만 명)보다 확 줄었다. 방송사들은 36% 이상의 시청률 저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NBC는 “우즈는 과거 NBA의 마이클 조던 효과와 비슷하다”며 “우즈가 없다면 다른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기를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즈가 주최하는 AT&T 클래식 등을 중계하는 CBS는 “우즈가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팬층이 두텁기 때문에 해설자로 나와도 좋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CBS는 시청률 하락이 불 보듯 뻔해 골프 대회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다른 프로그램에 공짜 광고를 해 줘야 할 처지다. 시청률 저하로 인한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더 골프 채널은 우즈가 나온 경기의 재방송을 하면서 버틸 계획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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