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화물 파업, 뒷마무리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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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마무리됐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언제든지 얼기설기 봉합한 상처가 터져 물류대란의 홍역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 확실한 뒤처리에 나서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시장 구조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이번 기회에 물류시스템을 재검토해 근본적 대책을 세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화물 파업의 도화선은 경유값 폭등이 제공했다. 하지만 바닥에는 화물차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약속대로 화물차 매입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과당경쟁과 덤핑운행을 막을 수 있다.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다단계 알선 구조도 고질병이다. 운송료의 30%가량이 중간에서 날아가는 상황을 방치하고선 어떤 처방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늘리는 땜질식 처방은 곤란하다. 표준요율제나 참고요율제처럼 가격에 개입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화물 수요를 예측해 화물차 공급이 적절한 범위를 유지하도록 사전에 조절해야 한다. 화물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화주와 차주로 운송 구조를 단순화하는 지혜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입차주 비율을 줄이고 화물차주의 대형화를 확실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화물 파업은 대표적인 시장 실패다. 여기에 미봉책만 내놓는 정부의 실패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화물시장 수급을 미리 조절하고 다단계 알선 구조만 바로잡아도 파업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물류 선진화가 특별한 게 아니다. 꼬인 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물류 선진화의 첫걸음이다. 그래야 화주는 합리적인 가격에 짐을 보내고, 운송업자는 적절한 이익을 남기면서 물류를 돌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