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사막화는 ‘조용한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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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날이 갈수록 동북아시아의 황사 발원지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동북아 황사 발생의 50%를 차지하는 몽골은 심각한 상태다. 몽골 기상담당자들은 올해 적어도 100㎜ 이상의 비가 내려야 할 강우량이 10~30㎜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걱정한다. 실제 최근 필자가 둘러본 몽골의 강들은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났으며, 건조화와 온난화로 초원들은 퇴화되고, 호수의 물이 사라졌다. 토양 아래에 있던 염분이 허옇게 드러나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땅으로 황폐화되고 있었다. 현재 몽골 황사 발원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현지인들도 처음 본다고 한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 면적의 7.5배인 몽골 국토의 90%가 이미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의 심각함에 비추어 올해 한반도에 황사 발생 횟수가 유난히 적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 황사는 봄철의 불청객이 아니라 연중 발생하는 재해다. 동북아는 하나의 생태벨트를 이루는 공동기후권(Bio-region)이다.

한 지역의 환경악화는 이 지역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것이 사막화와 황사다. 따라서 공동기후권인 동북아의 공동 과제인 사막화·황사 문제의 해결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이 시급하다.

대책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필자가 속한 단체가 기후변화의 현장인 황사 발원지에서 얻은 교훈은 황폐지의 자연생태 회복을 돕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현재처럼 기후변화와 건조화가 진행되고, 현지인들에게 토양을 회복하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연생태 회복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과 달리 몽골은 정부와 민간이 재정적·기술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고, 환경정보와 인식부족으로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몽골 황사 발원지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황사 발원지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가, 풀을 심어야 하는가? 필자는 현지 조건에 따라 나무를 심을 수도 있고 풀을 심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기후·토양·수자원을 고려하되 전적으로 그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현지 주민들의 생존문제를 사막화 방지와 결합해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사막화 방지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한 단체와 현지 주민들은 관정을 파지 않고도 주민참여를 통해 생태복원을 한 경험이 있다. 나무가 활착하는 데 필요한 3년 동안의 생존율이 90% 이상이었다. 우리 단체와 주민들이 2000년 이후 몽골 사막화 지역에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림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주민들과 학생들이 만들어낸 사막화 방지 성과였기에 현지인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황사 발원지의 위기상황을 개선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와 사막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의 실행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켜야 한다. 기후변화·사막화 방지를 위해 전향적이고 전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제협력구조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구촌 정상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5일 한국 환경부가 개최한 ‘환경의 날’ 행사에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럭 나카자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그는 사막화를 ‘지구촌의 조용한 죽음’이라고 묘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나쁜 습관을 끊어라(Kick the CO2 Habit)”라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럭 나카자 사무총장과 반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조용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특히 각국의 정상들과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이 이 호소를 전적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지구촌의 활로가 열릴 것이다. 매년 6월 17일은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이다. 이 날을 보내며 새로운 기대를 가져본다.

오기출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