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문화보고>프랑스 라디오방송 샹송 쿼터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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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프랑스는 언어와 문화에 관한 한 아주 유별나다.지구촌 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컴퓨터」나 「유엔」등의 표현이 아예 통용되지 않는 곳이 프랑스다.컴퓨터는 「오르디나테르」(Ordinateur),유엔은 「ONU」로 둔갑한다.언어뿐이 아니다 .파리라는 국제도시의 개봉관에서 외국영화를 자막대신 자국인 목소리로 녹음해 상영하는 나라도 프랑스가 아니면 극히 드물 것이다.특히 팝송과 할리우드 영화를 앞세운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이라 할 정도로 민감하다.
프랑스는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영화와 TV방송은 일반 상품과 달리 시장개방의 원칙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이른바 「문화예외론」을 고집,협상 전체를 위기로 몰고간 적이 있다.개방할 경우 미국문화에 잠식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결국미국과 거친 씨름끝에 관철시켰다.
프랑스가 이번에는 지난 1일부터 샹송 쿼터제를 도입했다.모든라디오에서 방송하는 대중가요중 40%는 샹송을 의무적으로 할당토록 한 법을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전국 1,300여 라디오방송사들은 오전6시30분부터 오후10시30분까 지 방송되는 노래중 샹송을 청취율과 관계없이 틀어야 하며 다시 이중 20%는신인이나 신곡으로 채워야 한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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