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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어린이책] “환경보호? 한국 어린이들이 앞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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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키 150㎝ 가량에 볼이 통통한 조너선은 여느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슈퍼 마리오를 좋아하는 것이나 여동생 하나(8)와 레고블럭 때문에 싸우다 엄마 멜라니 리(38)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을 보면 조너선은 역시 영락없는 꼬마 아이였다. 하지만 그가 해맑은 두 눈을 뜨면 그 안에는 그 누구보다 커다란 환경에 대한 꿈이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조너선 리(11·한국명 이승민)가 초록마을을 망치려 하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파수꾼 ‘고그린맨’의 이야기를 담은 『고그린맨 VS 심술통 떼돈 공갈 팍팍써』(원제 GoGreenMan vs Doctor.Pollution, 노은정 옮김, 삼성출판사, 206쪽, 1만원)를 냈다. 제목에 등장하는 심술통·떼돈·공갈·팍팍써는 각각 책에 나오는 악당들의 별명이다.

조너선이 고그린맨을 쓰게 된 계기는 2007년 1월 TV에서 환경다큐멘터리를 보면서다. 아버지 이경태(38)씨는 “지구온난화 다큐멘터리를 보던 조너선이 스케치북에 고그린맨을 그려오더니 이야기를 꺼내더군요”라고 회고했다.

조너선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인 심술통 공해 박사, 공갈 진둑이 의원, 팍팍써 낭비여사 등의 캐릭터도 그려냈다.

조너선은 아버지 이씨와 함께 웹사이트 고그린맨닷컴(gogreenman.com)도 개설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하루 하루 올린 고그린맨 이야기만 총 20회. A4 용지 400쪽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조너선의 고그린맨닷컴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개설 두 달 만에 방문자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고그린맨 덕분에 조너선은 동네에서도 인기인이 됐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캐릭터도 멋지다” “고그린맨과 악당들이 싸우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등이 조너선이 들은 찬사다.

전 세계에서 격려 메일도 쇄도했다. 1년간 어린이 독자 200여명, 성인 독자 수천여 명으로부터 격려메일이 들어왔다. 버락 오바마·존 캐리 상원의원 등 미국 유력 정치인들도 ‘고그린맨’의 독자다. 조너선은 “지금도 존 캐리 상원의원과는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만났다.

한국 어린이들이 지킬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을 묻자 조너선은 “한국 어린이들은 나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한국에서는 플라스틱·유리 등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분리수거를 하고 있어 인상적”이라며 “오히려 내가 한 수 배우고 간다. 미국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사례를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은 다음 주 유류피해를 입은 태안 바닷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해안가 돌에 낀 기름이 아직 청소가 덜 됐다고 하니 가서 닦고 올 예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현지 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어요.”

글=이현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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