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인물 영입 기준이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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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각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새인물을 찾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이런 물갈이를 통해 낙후된 정치권의 수준과 능력이 향상.보완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의 인적(人的)구성은 이념과 정책의 공유(共有)등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가령 보수정당이 혁명론자를 받아들일 수 없고,반대로 진보정당이 보수파와 같은 당에서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각정당의 영입작업이 최소한 이런 정체성(正體性)의 전제아래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요즘 일부정당의 새인물찾기를 보면 이런 정체성에 관한기준이 흔들리는 것 같다.가령 신한국당(가칭)의 영입대상 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학생운동권출신의 진보성향 인물들이다.스스로 보수를 표방하는 신한국당이 진보 내지 급진성향 인사들을 받아들인다면 신한국당의 색깔은 그대로 보수인가,아니면 진보를 가미해차차 중도로 가겠다는 뜻인가.이런 문제에 관한 사전입장표명도 없이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영입한다면 신한국당의 정체성에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만일 진보성향의 인물이 보수정당에 참여하려 한다면 사전에 자기는 진보를 버리고 보수를 택했다는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또 한가지 각 정당이 유념(留念)할 일은 자기들의 인물영입이미칠 사회적 파급효과다.정당들이 학생운동권출신들을 대거 영입한다면 그것은 학생운동을 조장.격려하는 효과를 줄게 틀림없다.많은 학생들이 정치인이 되는 지름길이 학생운동이라 고 믿게 되지않겠는가.시대착오적인 편향된 의식의 일부 과격학생운동이 우리사회의 부담이 된지도 오래인데 깊은생각 없는 정치권의 영입경쟁이몰고올 파급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정당들은 나름대로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원칙과기준을 갖고 물갈이하기 바란다.우리가 보기에 사회 각 분야에는새인물도 많고,충분히 개혁적인 인물도 많다.당장 표(票)가 될만 하다고,다소 이름이 있다고 해 허겁지겁 받아들이거나 다른 당(黨)에 못가게 하는 정략으로 붙들어두는 고식적(姑息的)이고단견적(短見的)인 물갈이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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