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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대문 안 초고층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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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은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그 아름다움은 산의 능선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줄기가 빼어난 북악산과 인왕산으로 뻗었고 안산(鞍山)을 거쳐 누에처럼 솟은 남산에 이르며, 또 낙산(駱山)에 둘러 있으니 서울 시민은 4대문 안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산과 푸른 능선을 지켜볼 수 있다. 도쿄(東京).베이징(北京).런던.파리.워싱턴 등 세계 유수의 수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자연과 도시와의 멋진 조화다.

서울시 도시계획 당국은 1970년대에 이것을 지키고자 표고 70m 이상은 토지형질 변경을 금지해 개발을 억제했고, 율곡로 북측으로 인왕산과 창덕궁 사이의 건축은 15~20m 이상을 짓지 못하도록 해 인왕산과 북악산의 능선, 그리고 고궁으로 이뤄진 그 멋진 자연.경관을 즐겨볼 수 있도록 했다. 90년대에는 남산 지키기 운동을 시민단체와 더불어 대대적으로 전개했고, 남산 외인아파트까지 철거한 바 있다.

또 3.1빌딩이 건축 된 이후 역대 서울 시장들은 대개 20층 정도로 건축을 제한했다.

80년대 이후 도심 재개발로 다소 고층이 들어섰으나 초고층이 도심에 자주 들어서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도심 재개발의 주상복합건축물의 높이를 130m까지 허용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매우 걱정스럽다.

남산의 높이가 해발 262m이고 광화문 일대의 표고가 30m이므로 남산의 높이는 232m가 된다. 이를 130m 높이의 건물이 가로막으면 4대문 안의 모양새가 어찌 되겠는가. 너무 답답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청계천 고가도로를 달리다 보면 철 따라 아름답게 어우러진 산들의 경치가 너무나 좋았는데, 시내로 들어가면 고층건물에 막혀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시민들은 광화문 주변이나 시청 광장, 그리고 여기저기 도로를 걷다 보면 틈새로 서울의 산과 능선을 즐겨 볼 수 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가꿀 수 있는 천혜의 자연이 마련된 곳이다. 우리는 이 자연을 가로막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4대문 안에 초고층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 강북 도심은 그렇게 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왕십리나 강남의 넓은 들에는 초고층 스카이 라인이 들어서도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강북 도심의 스카이 라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형에 알맞게 고도를 제한하는 시(市) 조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울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시민의 긍지를 기르는 일이야말로 참다운 서울의 도시계획이 될 것이다.

김병린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