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 진압 나선 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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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알사드르

미국의 군사작전이 혼미한 이라크 사태를 쉽게 평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진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의 체포가 저항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전 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왜 알사드르 체포하나=외형상으론 알사드르가 지난해 4월 나자프의 이맘 알리 사원에서 발생한 시아파 온건 지도자 압둘 마지드 알호이 피살 사건의 배후라는 혐의다. 호이는 영국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지 1주일 만에 살해됐다. 호이는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측근이었으며 연합군에 우호적이었다. 때문에 미 군정은 알사드르가 '연합군 우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적 암살'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철저한 반미주의자인 알사드르를 방치할 경우 오는 6월 30일로 잡혀 있는 주권이양의 순조로운 진행과 미군의 장기 주둔에 방해가 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폴 브레머 미 군정 최고 행정관도 "알사드르는 범법자이며 이라크의 치안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아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시스타니가 이끄는 정파는 다수파며 미국에 대해서도 '이라크의 외세점령을 반대하지만 평화적으로 외세를 축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사드르 추종 세력은 전체 시아파의 10~15% 정도며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바스라 등지에서 일어난 최근 시아파의 무장 봉기는 정치협상에서 제외된 급진 알사드르 측이 알시스타니 측과의 싸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비장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전발발 가능성=알사드르가 체포되거나 팔루자에 대한 공격이 마무리돼도 이라크 사태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알사드르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미군과의 타협이 어렵다"고 전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알쿠드스 알아라비아는 "미군이 알사드르를 체포하거나 사살할 경우 이라크 사태가 팔레스타인화할 것"이라고 6일 분석했다.

이라크 과도정부의 누리 바드란 내무장관은 쿠웨이트의 알라이 알암과의 회견에서 "현재의 정치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이라크가 내전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아흐람도 5일 "폭력과 저항이 다양한 종파와 부족 간 내부 투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파병지 쿠르드에 미칠 영향=당장은 급진 시아파의 반미 움직임이 쿠르드 자치지역 내 시아파를 자극하게 될 가능성이 문제다. 장기적으론 세력 확대를 꾀하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내 정파의 이해와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문제다.

아랍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이슬람온라인은 6일 "알사드르의 봉기가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수니파와 시아파 과격세력의 결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이트는 두 세력 모두 이라크 정국운영에 배제된 세력인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이들과 온건파 친미세력, 그리고 세력 확대를 꾀하는 쿠르드족과의 극심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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