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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色을 찾아서…그대로' 박생광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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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생광 작 ‘무당’ 1983.

"샤머니즘의 색채, 이미지, 무당, 불교의 탱화, 절간의 단청, 이 모든 것들이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그대로' 나의 종교인 것 같다." 1984년 팔순을 맞은 화가 박생광(1904~85)은 말했다. 77년 일본에서 돌아온 뒤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한국 채색화의 새 날을 열었던 그다운 목소리다. 아호 '내고(乃古)'를 '그대로'라는 한글로 바꾸고 그림에 서기 대신 단기를 써 주체의식을 드러냈던 그는 이제와 돌이켜보면 80년대에 일어났던 민중미술에 가장 맞춤한 작가였다.

올해는 '그대로' 박생광의 탄생 100돌이다. 그의 작품을 집중 수집해온 이영미술관 등 몇 곳에서 기념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신사동 스페이스 씨가 첫 전시로 '색(色), 그대로 박생광'을 마련했다. 8일부터 6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박생광을 우리 전통 색채의 뿌리를 찾아 민족의식을 되살린 대표적 한국화가로 재조명한다.

그는 서구에서 들어온 단색회화가 휩쓸던 70년대 말에 민화.불화.무속화 등의 맥을 현대적 감각으로 복권시켰고, '전봉준과 동학혁명사' '안중근과 항일운동사' '단군신화도'와 같은 역사주제화로 '한국적인 것'의 지평을 넓혔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박생광은 이런 말을 남겼다. "촉석루가 있는 유서 깊은 곳에서 논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족을 생각하고, 고색창연한 원색 단청을 늘 떠올리며 자랐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내 그림의 세계가 펼쳐진 것 같다." 02-547-975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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