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서 촛불 보며 자책” … 설득보다 사과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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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운하 철회 방침을 밝혔다.이 대통령이 직접 국정 최우선 과제를 ‘성장’에서 ‘물가’로 돌리는 한편 대운하까지 중단키로 함에 따라개혁 작업의 내용과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생활 지원에 초점=MB노믹스의 핵심은 성장이다. 경제팀은 출범 후 줄곧 성장 중심의 정책을 구사해 왔다. 비난을 무릅쓰고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도 수출을 늘려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성장’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서민”이라며 민생 안정을 역설했다.

이 같은 정책 선회는 세계 경제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어 서민층 붕괴를 막는 게 시급하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민심 이반에는 물가 급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작용한 것 같다. 성장 드라이브 정책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일자리 창출도 더 부진해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미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물가 억제를 위해 달러를 풀어 환율을 내리는 저환율 정책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다음달 초 내놓을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은 물가 안정과 서민생활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개혁 후퇴와 포퓰리즘 우려=대운하 중단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여론이 좋지 않고 사업의 경제성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웠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유보 정도로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훨씬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으로 걱정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인기에 연연하고, 추진력도 떨어지면서 각종 개혁 정책이 후퇴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공기업 개혁이나 규제 완화 등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물리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란 용어를 사용하며 대상 공기업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또 “전부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국민 의사를 물어 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개혁은 집권 초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언급은 공기업 개혁의 후퇴 움직임으로 읽힐 수 있다. 서강대 이인실 교수는 “경제 운영의 큰 그림이 있어야 국민이 힘들어도 견뎌 낼 수 있는데 취임 당시의 큰 그림이 상실된 것 같다”며 “경제가 포퓰리즘에 끌려 다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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