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이 살려낸 쌍둥이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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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말 다시 태어난 것같아요.학교에 가서 친구도 만나고 「서태지와 아이들」콘서트도 볼거예요.』 일란성 쌍둥이 김정식(金正植.16.전주중2.전북전주시팔복동).현식(鉉植)형제는 어느 누구보다 힘차게 새해를 맞이한다.만성신부전증으로 학업을 중단한 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다 사회의 온정으로 이번 학기부터 다시학교로 돌아갈 수 있 게 됐기 때문.
몸이 붓고 배설을 못해 사경을 헤맸던 이들은 지난해 2월말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해 한양대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동생 현식군이 만성신부전증으로 처음 쓰러진 것은 93년11월말. 홀로 공장에 다니며 두 아들을 뒷바라지해 오던 어머니 김영신(金永信.39)씨는 좋아하던 TV만화영화도 제쳐두고 하루종일 잠만 자는 아들을 데리고 전북대병원을 찾았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병을 앓을 수 있다』는 병원측의 의견에 따라 3개월뒤 정밀진단를 받아보니 형 정식군 역시 만성신부전증 환자로 밝혀졌다.
이때부터 형제는 한달중 20일 입원,10일 통원치료를 반복하는 눈물겨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복막투석 치료를 위해 학교도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는 10평 전세방에 두 아들을 뉘어놓고 좀더 나은 벌이를 위해 붕어빵 노점상을 시작했다.누군가 신장을 기증하지 않으면 이들 형제는 꿈도 펴지 못하고 꺼져갈 운명이었다.
지난해 2월 꿈에도 그리던 소식이 날아들었다.주부 정오임(鄭五任.49.충남연기군조치원읍)씨와 신학도 김만경(金滿經.33.
서울순복음신학교 3년)씨가 이들의 사연을 듣고 아무런 조건없이콩팥기증자로 나선 것.이중 金씨는 결혼한지 한달 도 안된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의 일부를 내놓았다.특히 두사람은 중앙일보의 취재요청에『세상에 드러내고자 한게 아니다』며 끝내 거부했다.
수술비는 한국심장재단과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대부분 부담했다.
『열심히 공부해 나같은 환자를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형은 국민학교 교사가 되고 싶대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는 이들 형제는 2년동안 덮어두었던 색바랜 교과서를 다시 펼치며 환하게 웃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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