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유럽각국에 책가격 파괴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100년이상 지켜져 오던 도서정가제가 허물어지면서 출판사들간에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책값이 하드커버 25달러,페이퍼백 9달러선인 유럽 각국에서 1달러짜리 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가위 가격혁명으로까지 불릴 만하다.현재 책값 인하경쟁 양상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굵직한출판사들이 신생출판사에 끌려가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격인하경쟁에 불을 댕긴 출판사는 이탈리아의 신생출판사 스탐파 올테르나티바사.
이 출판사는 지난 91년 미화 60센트에 해당하는 1천리라짜리 시리즈를 출간,예상을 뒤엎는 성공을 거뒀다.신문가판대를 판매망으로 택한 것이 적중,에피쿠로스의 『쾌락론』의 경우 100만부나 팔렸다.겨우 2만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의 93년 이익금은 자그마치 180만달러.
뒤이어 이탈리아의 뉴튼 캄튼사도 비슷한 시리즈로 5,500만권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이탈리아에서는 현대 작가의 베스트셀러까지도 4달러이하가 수두룩하다.
펭귄사에서 출판감각을 익힌 마르쿠스 클래펌이 87년에 설립한영국의 워즈워스 출판사도 초저가 도서로 성공한 케이스.이 회사는 92년 고전작품을 중심으로 1파운드(1.5달러)짜리 페이퍼백에 도전,자리를 확고히 다졌으며 지금은 여성. 시.아동도서 분야로까지 초저가 전략을 확대중이다.
세계 굴지의 페이퍼백 출판사인 펭귄사가 몇개월전 고전 시리즈를 1파운드에 내놓기 시작한 것도 신생 출판사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기 위한 노력이었다.또 이달 초에는 영국의 어라이언 출판그룹까지 역시 고전을 중심으로 한 1파운드짜리 시 리즈 50권으로 초저가 경쟁에 나섰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어서 굴지의 출판사로 꼽히는 플라마리옹사와 리브르 드 포쉬사도 고전 시리즈를 10프랑(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유럽지역 출판계의 가격혁명은 고전 분야에서 그치지 않는다.유럽지역의 아트전문 출판사들도 앞다퉈 책값을 기존의 반 정도로 낮추고 있다.
이처럼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도 유럽 출판사들이 수지를 맞추는비결은 저작권료 부담 최소화.대량인쇄.무광고.유통비절감 등 아주 평범한 전략에 있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