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줄서기.횡단보도정지 작은질서부터 지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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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후진국을 구별하는 여러가지 잣대가 있겠지만 선진국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질서의식이 대단히 강하다.
질서의식의 가장 기초적인 표현은 줄서기다.줄서기하면 흔히 영국 사람들의 예를 들게 되는데 정말 이 사람들은 철두철미 차례를 지킨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필자가 런던에 부임해 집에 전화를 놓기 위해 전화국에 간 일이 있었다.내 차례가 되어 창구 직원에게 용무를 얘기하고 있는데 책상위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해 나는 그에게 전화부터 받으라고 권했다.그 직원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전화문의나 전화민원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직접 전화국을 찾아온 민원인보다 우선할 수는 없으므로 똑같이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전화건 사람도 그것을 아는지 우리 같으면 1~2분울리다 안 받으면 불평하며 끊어버릴터인데 5분이상 계속 기다리는 것이었다.
차례를 지키는 일은 물론 기다리는 사람들의 질서의식에서 출발한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은행마다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교부하고있는데 이것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좋은 제도다.
번호표 순서대로 빈 창구에 가서 용무를 보므로 차례가 철저히지켜진다.
줄을 서기는 하는데 뒤에 서지 않고 옆에 와서 서는 것을 흔히 보게된다.마음이 급하다고 일이 빨리 되는 것이 아니고 일에따라서는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듣거나 하면 거북한 것들이 있으므로 줄은 짧아도 늘 뒤에 가서 서는 습관을 기 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뭐니뭐니해도 교통질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예컨대 횡단보도나 교차로의 일단 정지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은데 보행자들에게 얼마나 큰 불편을 주는지 모른다. 또 사람이 아직도 건너오고 있는데 횡단보도에 예비신호가나왔다고 해서 벌써 차를 움직이는 것도 삼가야할 일이다.
바쁜 시간에 교차로에서 많이 보는 현상중 하나는 신호가 바뀔즈음해 네거리안에 차를 진입함으로써 결국은 자기도 못가고 남도못가게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급해도 자기차가 네거리를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기 전에는 네거리에 들어서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이다.줄서서차례를 기다리는 일,정지선을 밟지 않는 일,교차로의 주행공간을유린하지 않는 일등은 사소한 것 같지만 선진국 국민들이 지켜야할 질서의 기초임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해순 외무부 본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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