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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시장 왜 탈당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순(趙淳)시장이 민주당을 탈당,새해 정국에 새변수로 떠올랐다.그는 31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를 오찬에 초청하는등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지방선거전에는「소통령(小統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그러나 그동안 趙시장은 국민회의의 분당으로 입지설정에 곤혹을 느껴왔다.정치권과 거리를두며 행정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趙시장이 정치권과 관계를 가질 경우 무시못할 영향력을 갖게 된다.내년 총선,내후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때문에정당들은 趙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향력 때문인지 탈당을 선언한 민주당에서조차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김원기(金元基).장을병(張乙炳)대표와 상의한 뒤 제정구(諸廷坵)사무총장은 아무런 비난도 없이『어려운 시기에 민주당을 지켜준데 감사한다』고 말했다.국민 회의는 당연히 고무돼 있다.
趙시장이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데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趙시장이 정치권과 거리를 둔 것은 정치권에 심한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서울시민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정당을 민주당이라고 말한데 대한 도의적 부담을 떨치지 못한 탓도 있다.
서울시 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국민회의 소속 시의원들도 趙시장에게 부담을 주어왔다.그러나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등 당지도부는 서울시의원들과 趙시장간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趙시장도 국민회의 창당대회는 물 론 각종 후원회 행사에도 참여했다.지난 21일에는 국민회의 지도부인사들과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해찬(李海瓚)부시장의 조언등으로 민주당 탈당은 이미오래전 결심한 상태라고 측근들은 전했다.문제는 국민회의 참여여부다. 趙시장은 일단 정당에 가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두가지 문제는 분리하겠다는게 趙시장 생각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趙시장에게 수시로 조언하는 애제자인 정운찬(鄭雲燦)서울대교수등은 趙시장이 정치적 위상을 포기하고 행정시장으로 전락한데 대해 불만을 보였다고 한다.조언그룹들은 내년 총선전에 국민회의에입당해 힘을 보태줘야 정치적 위상을 세울 수 있 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趙시장이 민주당측에 탈당을 설명하는 자리에 앞서 31일 金국민회의총재를 먼저 오찬에 초대한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박지원(朴智元)국민회의대변인은 金총재가 31일 만나더라도 입당을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입당문제는『趙시장이 결정할 문제고 우리로서는 좋은 시장을 서울시민에게 선물한 것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대선직전 충격을 주며 입당하는게 더 고마울 수도 있다.그러나 3金씨 모두 총선 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해 그전에 새로운 길을 선택할지도 모 른다는 관측도 있다.趙시장의 일부 측근들도 총선이 끝나 거취를 결정할 경우 기회주의적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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